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싸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중의 눈을 사로잡은 것 중 하나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이하 이수만)의 ‘나무심기’다. 이성수 SM 공동대표는 이수만이 ‘ESG 경영’을 위해 소속 가수들의 가사에 ‘나무심기’를 넣으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하면서다.
이수만이 쌩뚱맞은 ‘나무심기’ 가사를 소속 아티스트에게 강요했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ESG를 대하는 그의 태도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애초 ESG는 단순 ‘환경’만을 위한 기업방침이 아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앞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건강한 기업 지배구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세계적 흐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수만이 ESG 중 ‘환경(E)’을 실천하기 위해 한 행동은 ‘지배구조(G)’를 통째로 흔들었다. 여기에 이수만의 ‘환경(E)’ 경영 방침은 ‘나무심기’ 외에 별다르게 밝혀진 게 없다. SM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수만과 손을 잡은 하이브가 그의 ESG 경영을 위해 10년간 10억원씩, 총 100억원이라는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막대한 돈이 어디로 갈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나무심기’가 진정한 친환경 전략인지도 의구심이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계가 숲을 조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지만, 사실 ESG평가에서 ‘환경(E)’ 평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비중이 더 크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에 대한 국제 기준을 제시하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GRI 스탠다드’에서 환경적 성과로 에너지 절약, 산업용수, 온실가스 배출, 폐기물 등에 대한 항목을 평가한다. 이 중 ‘나무심기’와 관련된 항목은 ‘생물다양성’ 부분에서 ‘서식지 보호 또는 복구’ 하나의 영역이다.
극히 지엽적인 ‘환경(E)’을 실천하는데 100억원을 쓰는 것보다, SM에서 쏟아내는 앨범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것이 더 유효한 ESG경영이 되지 않을까. 명확한 ESG 경영 방침 없는 ‘나무심기’는 실제 친환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친환경을 주장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이 되기 쉽다.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ESG 단어를 가위로 잘라버리는 파격적인 표지와 함께, ESG에 몰리는 투자에 촌철살인을 날리는 논평을 게시했다. ESG는 좋은 의미이지만,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세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너무 커서 분리돼 다뤄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환경’에 대해서는 생물 다양성, 물 부족 등을 포함하면 너무 광범위한 용어가 되기에 현재는 ‘탄소 배출량’에 집중해야한다고 꼬집었다.
목적이 모호한 데 쏠리는 돈은 ‘환경’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의미 없이 흩어질 위험이 있다. 이성수 대표가 ‘나무심기’가 이수만의 부동산 사업을 위해서라고 주장했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K콘텐츠 업계가 참된 ESG경영을 고민하고 실천한다면 더 나은 세상이 올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