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대표팀 고우석(25‧LG 트윈스)는 일본에서도 ‘불꽃남’이었다.
고우석은 5일 일본 오사카에 있는 마이시마 버팔로스 스타디움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훈련했다. 러닝은 물론 웨이트트레이닝까지 알차게 소화한 뒤 취재진 앞에 섰다. 섭씨 10도 안팎의 제법 쌀쌀한 날씨 속에서 그는 여전히 반소매 차림이었다.
고우석은 “오늘이라고 특별히 훈련을 더 한 것은 아니다. 1월부터 짜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한 것”이라며 “(대표팀 스태프가) 라커룸과 숙소에서 상대팀 선수 영상을 틀어준다. (9일 첫 상대인) 호주 대표팀은 영어권 선수들이어서 그런지 미국 야구와 비슷한 것 같다. 타자들 스윙이 대체로 크다. 뜬공을 치려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자신의 페이스를 잘 지키면서도 상대 연구에 소홀하지 않다. 각오도 단단하다. 대표팀 마무리 투수를 맡을 가능성이 큰 고우석은 “보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주어진 역할에 따라 (1이닝이 아닌) 2이닝이라도 던질 것이고,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치기에 들어갈 경우에 대해 고우석은 “(승부치기 때 등판한다면) 주자가 있는 상황이니 거기에 맞춰 (전력으로) 몸을 풀 것이다. 마운드에 올라서는 주자가 없다고 생각하고(부담감을 내려놓고) 던지겠다”고 전했다.
보직에 욕심이 없다고 하지만, 고우석은 모두가 신뢰하는 클로저다. 그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 2년 전 열린 도쿄 올림픽 일본전에서 부진했으나, 이를 계기로 멘탈도 더 단단해졌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도 “고우석의 컨디션이 괜찮다. 2이닝이 아니라 잘 던지면 (투구 수 제한 규정 내에서) 3~4이닝을 던질 수도 있다”고 했다.
고우석은 10일 일본전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게(도쿄 올림픽 설욕을) 생각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이 강하게 있다. 하지만 한 경기만 바라보고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내는 것만 생각하겠다.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내가 가진 무기를 다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파이어볼러 고우석은 피도 뜨겁다. 제법 서늘한 날씨인데도 반소매 차림으로 우람한 팔뚝을 드러냈다.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 치러진 대표팀 훈련 때도 그는 반소매 차림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상 기온 탓에 날이 제법 추운데도 고우석은 반소매와 반바지 차림으로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뿌렸다. 이를 지켜본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들이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뜨거운 고우석도 잠시 얼어붙을 때가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장인(이종범 LG 코치)이 MBC 객원 해설위원으로 WBC를 중계한다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문이 잠시 막힌 사위는 “다른 방송사(의 중계를)를 보겠다”는 농담을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