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시즌 초반 희비가 엇갈렸던 지난해와 닮은 구석이 있다.
지난 시즌 17년 만에 가슴에 별을 새긴 울산은 올 시즌 초반에도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5일 안방에서 열린 2023시즌 개막전에서 ‘라이벌’ 전북에 역전승을 거두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2라운드에서도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후반 터진 엄원상의 득점으로 승기를 쥔 울산은 호시탐탐 골문을 두드리던 강원FC의 공세를 끝까지 막았다. 경기 후 홍명보 울산 감독이 “원정에 와서 모든 것들을 제어하면서 경기하면 좋겠지만, (시즌) 초반 승점 3을 딴 것에 만족한다”고 평했다. 과정이 썩 좋지 않았지만, 결과를 잡은 것을 만족한다는 뉘앙스였다.
언제나 우승 후보로 꼽히는 전북은 아직 승전가를 부르지 못했다. 개막전에서 울산에 패한 전북은 지난 5일 수원 삼성과 홈 개막전에서 비겼다. 경기 시작 9분 만에 터진 조규성의 득점으로 손쉽게 승기를 잡는 듯했지만, 후반 아코스티에게 일격을 맞았다.
이제 막 2경기를 마쳐 시즌 전체 판도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현대가 두 팀의 위치는 다르다. 울산(3득점)은 2전 전승을 거둔 포항 스틸러스(5득점), FC서울(4득점)에 이어 3위에 자리했다. 반면 전북은 9위다.
지난해 초반 페이스와 비슷하다. 울산은 지난 시즌 3라운드를 마친 후 선두에 올랐고, 단 한 차례도 자리를 내주지 않고 독주하며 정상에 섰다. 울산이 처음 1위에 올랐을 당시, 시즌 초반 고전했던 전북은 8위였다. 이후에도 반등하지 못했던 전북은 강등권인 11위까지 처지는 굴욕을 맛봤다. 올 시즌 역시 현재까지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팀 분위기도 상반된다. 울산은 스트라이커인 마틴 아담과 주민규가 2경기에서 침묵했지만, 엄원상이 해결사로 활약하며 2연승을 이끌었다. 우승으로 인한 자만을 경계했던 홍명보 울산 감독은 선수단에 탑재된 ‘위닝 멘털리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수원전을 마친 후 ‘소극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고 자평하며 전북 팬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무엇보다 수원에 내용 면에서 밀린 것이 팬들의 마뜩잖은 반응을 끌어냈다. 전북은 이날 점유율(45.7%-54.3%) 슈팅(10-23) 유효 슈팅(4-7) 등 주요 수치에서 수원에 뒤졌다. 위기가 오기 전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하지만, 계획도 다소 꼬였다. 공격의 핵심인 윙어 이동준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하다.
울산은 오는 12일 똑같이 2승을 거둔 서울과 적지에서 격돌한다. 기세를 유지하며 연승 가도를 달릴지가 관심사다. 전북은 같은 날 안방에서 광주FC를 상대한다. 역시 첫 승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