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경영권 확보를 둘러싼 하이브와 카카오의 분쟁이 결국 머니게임에 돌입했다.
7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6일까지 SM 주식 833만 3641주를 1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공고했다. 법원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SM 지분 확보에 실패한 카카오가 SM 주주총회를 앞두고 SM 주식 35%를 공개매수로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 총인수금액은 약 1조2500억원으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절반씩 투입한다.
앞서 하이브가 SM 지분 공개매수에 사실상 실패한 만큼, 하이브와 카카오의 머니게임이 어떻게 흘러갈지 짚어봤다.
하이브가 지금까지 확보한 SM 지분은 19.43%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지분 14.8%와 추가 확보하기로 한 이수만 지분 3.65%, 여기에 공개매수를 통해 0.98%를 확보했다. 하이브는 당초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로 595만 1826주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에 응한 갤럭시아에스엠(23만3813주)을 제외하면 소액주주 주식은 단 4주를 추가 확보했다.
하이브로선 수천억원을 들여 SM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지만 무위에 돌아갈 위험이 커졌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로 SM 지분 35%를 확보하면 하이브로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다. 적어도 카카오가 4주보다는 많은 주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하이브에 남은 선택지는 이제 4가지 가량이다. ①돈을 더 들여서 공개매수에 나서 카카오와 머니게임을 벌이거나 ②카카오가 최대 주주가 되고 SM 2대 주주로 남거나 ③SM 지분을 팔고 백기를 들거나 ④공개매수가 어느 정도가 될지 지켜보다가 카카오와 손을 잡거나 등이다.
◇하이브, 다시 공개매수 나설까..돈+기업결합심사 관건
하이브가 카카오와 공개매수 경쟁에 나서려면, 1조원 투자 유치에 성공해야 한다. 하이브가 SM 지분 공개매수를 선언했을 때 약 7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200억원을 계열사에서 빌려왔다. 하이브가 카카오와 공개매수 경쟁을 벌이려면 카카오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인 터.
하이브는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최대 1조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에 나선 상태다. 1조원 유치에 성공한다면 싱가포르·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약 1조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카카오와 쩐의 전쟁에 돌입할 수도 있다.
다만 카카오가 하이브에 비해 자금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용현금이 1조1000억원 규모며, 4분기 영업현금흐름 및 1분기 신규 차입금 3200억원까지 더하면 최대 자금 동원 능력은 1조원 후반대”라고 분석했다. 반면 카카오는 지난해 9월 말 가용현금이 5조7000억원에 달하고 카카오엔터가 연초 1조20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해 자금 동원력이 확실히 우위에 있다.
하이브가 기업결합신고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점도 카카오에 유리한 점이다. 하이브는 주식 공개매수로 SM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게 된 만큼 주식 취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공정위 심사가 진행되는 기간에 하이브가 추가로 SM 지분을 확보해도 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공정위가 어떻게 판단할지에 따라 하이브 움직임에 제약이 걸릴 수 있다. 카카오로선 공개매수가 절묘한 승부수인 셈이다.
당초 SM 지분 9.05%를 2171억원으로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카카오는 한 달 만에 6배가 오른 1조 2500억원 베팅에 나설 만큼 SM이 절실한 상황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카카오로선 SM이 큰 그림에 반드시 필요한 까닭이다. K팝이 비단 K콘텐츠로서 한 축을 차지하는 것뿐 아니라 IT플랫폼에서도 중요한 콘텐츠가 되면서 성장동력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네이버 참전할까..카카오와 포털 간 대결도 관전 포인트
카카오와 네이버, 양대 포털의 대결이란 점에서도 카카오에겐 전략적으로 SM이 중요하다. 네이버가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다시 하이브·네이버가 YG플러스로 이어지는 연대를 구축한 만큼, 카카오로선 SM을 확보해야 경쟁 구도에 균형이 맞춰질 수 있다.
때문에 네이버가 SM 경영권 다툼에 참전할지에 대해서도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만일 네이버가 뛰어든다면 어느 쪽이든 물러설 수 없는, 차원이 다른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가 백기를 들고 주식을 털거나 2대 주주로 만족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크지 않다. 자칫 돈만 쓰고 이수만만 잡았다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로선 머니게임 여파와 공정위 심사 결과 등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만큼, 카카오가 공개매수로 얼마나 많은 지분을 확보할지를 살피면서 향후 대책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공개매수를 할 경우 주가가 매수가 만큼 상승하고 그럴 경우 개미(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팔면 기관이 매입해서 공개매수에 임하기 마련이다. 하이브의 경우, 공개매수를 경영권 분쟁 와중에 일찍 발표하면서 주가가 매수가보다 올라간데다 추후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망이 있었기에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공개매수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았다.
반면 카카오는 공개매수 기간이 길 뿐더러 SM 주주총회를 코 앞에 두고 마감하는 터라 하이브가 다시 공개매수 카드를 던지지 않는 한 주주들이 15만원을 고점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가 배수의 진을 친 만큼 카카오와 하이브가 손을 잡을 가능성도 현재로선 높지 않다. 손을 잡더라도 SM 주주총회 이후에야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SM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오는 31일 SM 주주총회가 카카오와 하이브 운명의 날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