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캐롯 2년 차 가드 이정현(24·1m87㎝)이 플레이오프(PO) 진출을 굳히는 데 핵심 역할을 맡는다.
캐롯은 지난 7일 원주 DB와 벌인 2022~23시즌 정규리그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96-91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24승 21패가 된 캐롯은 PO 진출 ‘굳히기’에 들어갔다. 캐롯은 6위 전주 KCC(20승 25패)에 4경기 앞서있다. 6라운드에서 캐롯이 큰 부진에 빠지지 않는 이상, PO 진출 티켓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농구는 리그 6위까지 PO 진출 자격이 주어진다.
올 시즌 캐롯은 특색 있는 농구로 주목받았다. 안양 KGC에서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합작한 김승기 감독과 슈터 전성현을 한 번에 품었다. KGC에서 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양궁 농구’는 캐롯에도 이식됐다. 전희철 서울 SK 감독은 “캐롯과 경기하면 (3점 슛을 많이 시도했던) KGC와 경기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캐롯은 고양 오리온 시절이던 지난 시즌 경기당 팀 3점 슛 성공 7.1개(7위) 성공률 33.9%(5위)에 그쳤다. 올 시즌엔 경기당 팀 3점 슛 성공 12개(1위) 성공률 34.2%(3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신의 단일 시즌 최다 3점 슛 기록(177개·2021~22시즌) 경신을 눈앞에 둔 전성현(45경기 160개)의 활약 덕분이다. 3점 슛은 캐롯의 팀 색깔로 자리 잡았다.
캐롯의 공격은 전성현만 이끄는 게 아니다. 이정현도 급성장했다. 지난 시즌 52경기에서 평균 9.7점에 그쳤던 이정현은 올 시즌 45경기에서 평균 14.1점을 기록하고 있다. 김승기 감독의 ‘특별지도’를 받는 이정현은 올 시즌 더 과감해졌다. “슛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쏘라”는 김 감독의 주문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
7일 DB와 경기에서 이정현은 시험대에 올랐다. 슈터 전성현이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는 5라운드 8경기에서 3점 슛 평균 2.4개, 성공률 25.7%에 그쳤다. 이날 경기에서도 7분 2초 출전에 그쳤다. 팀 3점 슛은 21개에 그쳤다. 이정현이 해결사로 나섰다. 그는 37분 26초 동안 17점 6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38점을 올린 외국인 포워드 디드릭 로슨과 득점을 쌍끌이했다.
공격 성향이 강한 이정현은 자신의 공격에 집중하면서도 메인 볼 핸들러 역할을 맡아 팀 공격을 조율했다. 올 시즌 이정현이 성장했다는 걸 DB와 경기에서 증명했다. 이정현도 경기 뒤 인터뷰에서 “(전성현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다”며 “포인트 가드 역할까지 하는 게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팀 공격 조율도 하면서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정현은 올 시즌 45경기 평균 33분 56초를 뛰고 있다. 출전 시간 리그 전체 1위다. 그는 “많이 지친 건 사실”이라면서도 “너무 힘든 상황이다. 매 경기 (기량이) 성장하면서도 팀의 승리를 위해 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