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너무 긴장을 많이 하고 경기해서 이닝 초반 끌려간 게 결정적인 패인이 된 거 같다. 긴장을 많이 한 상황에서 타자들이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가지 못하니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5회 말 양의지(두산 베어스)의 스리런 홈런 이후 분위기가 괜찮았는데 7회 말 강백호(KT 위즈)가 2루에서 어이없이 아웃당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대표 선수라고 보기엔 조금 아쉽고, 창피할 정도의 플레이였다. 경기 흐름을 완전히 끊어놨다. 야구는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경기를 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타격이 활발하게 터졌다면 어느 정도 묻힐 수 있는데 타격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실수가 나오니까 그게 더 도드라졌다. 실수가 나와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투수가 실투할 수 있고 수비는 실수할 수 있다. 그런데 대표 선수라면 누상에서 세리머니를 하다가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져 아웃된다는 건 너무 창피한 일이다. 그건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모두에게 적용된다. 잘 때리고 그게 뭐하는 건가.
아무리 첫 경기지만 호주 투수들은 공략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과도하게 긴장하지 말고 즐기라는 얘길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너무 긴장을 많이 해 가진 기량의 30%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한 거 같다. 지금 가장 긴장을 하고 경기를 즐기지 못하는 선수는 최정(SSG 랜더스)과 나성범(KIA 타이거즈)이다. 그게 결과(최정 2타수 무안타, 나성범 3타수 무안타)로 나타나는 거 같다. 조금 더 긴장을 해소하면서 경기했으면 한다.
KBO리그에서 만났다면 까다롭지 않은 외국인 투수 수준인데 그런데도 타자들이 못 치는 건 긴장해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 경기는 그만큼 꼬인다. 3-8에서 3점을 따라가는 상황도 상대 투수가 볼넷을 남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스로 만든 찬스도 아니었지만 완벽하게 점수 차를 뒤집지도 못했다. 선수들이 공격을 풀어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건 결국 거듭 강조하지만, 긴장 때문이다. 여유가 없다.
호주전의 승부처는 크게 두 가지였다. 수비에선 4-2로 앞선 7회 초 김원중(롯데 자이언츠)이 허용한 역전 스리런 홈런이었다. 포크볼을 떨어트리려고 했던 거 같은데 실투가 되면서 가운데로 몰렸다. 수비에서 나온 실투, 통한의 투구였다. 공격에선 7-8로 뒤진 8회 말 2사 만루 나성범 타석이었다. 사이드암스로(샘 홀랜드)를 상대해 초구부터 타격 타이밍이 늦는 걸 보고 얼마나 많은 긴장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허무하게 3구 헛스윙 삼진 아웃을 당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꺾였다. 그 정도 수준의 투수는 얼마든지 때려낼 능력이 있는데 거듭 안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털어내지 못했다.
호주는 전력상 약팀이었다. 일본은 조건만 보면 훨씬 강하다. 타자들이 가진 기량을 후회 없이 보여주면서 공격했으면 한다. 호주전을 졌다고 해서 오그라들면 다음 경기를 잘할 수 있겠나. 국제대회가 특히 그렇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좀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공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건 희망적이다. 한두 명의 타자를 빼면 이닝을 치를수록 자신감이 붙는 모습이었다. 이닝 초반보다 중반, 중반보다 후반이 더 나았다.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않았나. 일본의 투수가 물론 강하지만 조금 더 나은 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대표팀을 선수나 코치로 다 해봤지만, 국제대회에선 무조건 공격력이 터져야 쉬운 경기를 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도쿄 올림픽과 예선 탈락한 국제대회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선수들 스스로 반등해야 한다. 기쁨도, 슬픔도, 결과도 모두 선수들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전에서 대표 선수답게 결과를 잘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