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은 침묵에 빠졌다. 도쿄돔을 가득 메운 4만 여명의 일본 관중에게 불의의 한 방이었다.
반면 3루쪽 관중석에 자리한 수백 여명의 한국 팬들은 타구를 숨죽이며 바라봤다. 타구가 외야로 쭉쭉 뻗어나가자 한국 팬들의 함성이 커졌다.
한국 야구대표팀 안방마님 양의지(36·두산 베어스)가 이틀 연속 홈런을 쏘아올렸다.
양의지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2차전 일본과의 경기에 8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해 3회 초 선제 2점포를 날렸다.
한국은 0-0으로 맞선 3회 초 선두 타자 강백호가 2루타를 치고 나가 찬스를 잡았다. 이강철 감독은 양의지에게 희생 번트 사인을 냈다. 양의지는 초구 번트 파울을 기록했다.
강공으로 전환한 양의지는 1볼-2스트라이크에서 일본 선발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시속 135㎞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 좌월 담장을 넘겼다.
양의지는 전날(9일) 호주전 5회 역전 3점 홈런에 이어 이틀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다. 양의지는 호주전에서 한국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멀티 히트(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양의지는 이번 대회 전까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총 31경기에 나서 타율 0.169(83타수 14안타)에 그쳤다. 양의지의 KBO리그 통산 타율 0.307다. 국제 대회 홈런은 단 1개뿐이었다. 2019 프리미어12와 2020 도쿄올림픽은 타율 0.087, 0.136으로 부진했다.
양의지는 "최근 대표팀에서 (성적이) 많이 안 좋았다. 이번 대표팀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칼을 갈고 있다. 명예회복을 하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