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한 봄입니다. 학교에서, 또는 조직에서 새로운 시간을 맞는 여러분의 마음은 어떠한가요? 기대와 설렘도 있지만 새로운 관계, 새로운 업무에서 빚어진 스트레스가 들뜬 마음과 충돌합니다. 여러분은 이럴 때 자신에게, 혹은 주위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해주시나요?
응원과 격려가 물론 필요합니다. 그런데 바로 말하기 전에 ‘좋은 질문’이 우선 필요한 것 아닌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질문하는 건 상대에게 생각의 기회를 주는 것이고, 좋은 질문은 가능성을 펼치게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질문의 형식은 또한 듣는 상대가 선택할 자유를 줍니다. ‘~해봐’라는 식의 지시형 조언 보다는 상대가 편하게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질문의 기억이 있습니다. 직장 5년차이던 이맘때 부서를 옮겼습니다. 희망 부서이긴 했으나 선 굵은 선배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짬밥’이 있어 연착륙하는 듯 했습니다. 며칠 뒤 전체 부서회의 때였습니다. “술은 얼마나 해?”부터 나이, 학교, 취미, 가족관계 등을 묻는 ‘센서스 타임’이 시작됐습니다. 공식적인 회의임에도 개인기를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불편함이 오락가락 하던 순간, 어느 선배가 툭 던졌습니다.
“꿈이 뭐예요?”
달을 향하던 우주선이 궤도를 잃고 빙빙 도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어지러웠던 이유는 대학 졸업과 입사 후 더이상 ‘꿈꾸지 않는’ 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길을 따르는 것이 제 꿈의 전부가 아닌데 말이죠.
그 뒤로 제 인생의 설계도를 꺼내 수정하고 덧칠하는 질문을 스스로 만들게 됐습니다. 맞고 틀리기를 떠나 탐색의 시도를 이어가게 해준 그 선배 질문의 힘이었습니다. 코칭 공부를 해보니 그런 질문을 ‘강력한 질문’이라고 부릅니다. 관점과 시각을 바꿔주고,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으로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적이 일어난다면 무엇을 해보겠습니까?” “무조건 성공한다면 10년 뒤 어떻게 돼 있을까요?” 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들리세요?
저는 코칭 트레이닝에서 이 질문을 해볼 때 어색했습니다. ‘원인진단 부터 필요한데 무슨 기적?’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입에 붙지 않더군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제 생각이 선입견이고, 상상력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세상 일에는 원인이 하나가 아닐 뿐더러 모든 원인을 다 찾더라도 해결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단선적인 세계관에 빠져 있었던 것이었죠. 여러 제약조건 속에서 고민하거나 몇가지 선택지를 놓고 주저하는 사람에게 한번 사용해 보세요. 물론 이런 질문이 효과적이려면 서로 편안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말의 형식으로만 좋은 질문이 되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리를 바꿔보는 것도 상상을 자극하고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책상 위로 올라가게 하거나 사무실 반대편 공간에 서 보는 것을 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 나의 물리적 위치를 바꾸는 것이 관점을 변화시키는데 효과를 발휘합니다. 우리의 뇌가 공간의 변화에 따라 갇혀있던 생각의 장면을 전환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기존 프레임이 깨지고, 세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코칭 상담에서 단기 처방에 유용한 방법으로 많이 쓰입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마지막 장면 기억하시나요? 키팅 선생님을 이별하는 순간,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던 토드 (배우 에단 호크)가 놀랍게도 책상 위로 올라갑니다. “오 캡틴, 나의 캡틴.” 영화 중간에 이미 키팅 선생님도 책상 위로 직접 올라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 위에서 세상을 보면 다르게 보인다. 사물을 끊임없이 다른 시각에서 보라”고요.
자신에게, 상대에게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싶을 때 ‘기적을 상상해 보라’고 해보세요. ‘책상 위에도 올라가 보라’고 해보세요. 저마다 가슴 속 장벽을 돌파해 어떤 새로운 꿈과 용기를 발견할지 기다려 보시죠.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AC)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