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이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B조 본선 1라운드 일본전 3회 말 무사 2루에서 나카무라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기 퇴장과 함께 대표팀을 오랫동안 이끈 주역들도 하나둘씩 물러난다.
김광현(35·SSG 랜더스)은 WBC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14일 "지금까지 국가대표 김광현을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2005년 청소년 대표부터 2023년 WBC까지 나라를 위해, 대한민국 야구를 위해 뛴 나에게 자부심을 느낀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경기에 임했을 때 심정,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제창하던 모습은 평생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이라며 "이제는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다"라고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
대표팀 4회 연속 주장을 역임한 김현수(35·LG 트윈스)는 13일 중국전 종료 뒤 "내려올 때가 된 게 아닌가. 코리아 유니폼을 입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른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을) 잘 이끌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회 출국 직전 밝힌 대표팀 은퇴 의사를 재확인했다.
김광현과 김현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일본 킬러' 김광현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총 17경기에 등판해 5승 4패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했다.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 최다 이닝을 투구했고, 최다승 타이 기록을 갖고 있다. 2015 프리미어12 최우수선수(MVP) 출신의 김현수는 태극마크를 달고 개인 역대 최다 경기 출전(62경기), 최다 안타(77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대표팀 통산 타율은 0.353이다.
이로써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이룬 주역들이 대표팀에서 모두 은퇴했다. 김광현과 김현수는 베이징 올림픽 '막내'였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이어서 국제대회에 나서기 어렵다. 지난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훈련에 참석한 양의지(왼쪽)과 김현수, 박병호(오른쪽)가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2년생 이대호와 김태균, 정근우 등 오랫동안 대표팀에 공헌한 선수들은 2015년 프리미어12, 2017년 WBC를 끝으로 태극마크와 작별했다. 김광현과 김현수를 시작으로 양현종(KIA 타이거즈) 박병호(KT 위즈) 최정(SSG) 등 한국 야구의 황금기를 일군 세대들의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정은 "개인적으로는 병호와 함께 대표팀에서 뛰는 마지막 대회가 될 수 있으니, 좋은 성과를 내고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고 했다.
당분간 굵직한 국제대회도 없다. 야구는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내년 개최가 유력한 프리미어12는 개최 시기가 미정이다. 다음 WBC 대회는 3년 뒤 열릴 전망이다. 올해 남은 국제대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인데 나이 제한이 있다.
한국 야구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들이 이번 대회 부진으로 씁쓸하게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보여준 노력과 헌신은 박수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