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4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배구 여제' 김연경(35)이 가세한 효과가 가장 컸지만, 숨은 주역들도 많았다.
흥국생명은 15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의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15, 25-13, 25-16)으로 완승을 거뒀다. 김연경이 23득점, 옐레나가 20득점했다. 시즌 26승(9패)째를 거둔 흥국생명 우승까지 남은 승점 1을 채웠다. 1·2세를 따내며 일찌감치 우승을 결정지었다.
지난 시즌(2021~22) 6위에 그쳤던 흥국생명은 세계 정상급 공격수 김연경이 복귀하며 단번에 우승 후보로 올라섰다. 시즌 초반에는 개막 15연승을 거둔 현대건설에 밀렸지만, 주포 야스민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현대건설이 주춤한 사이 흥국생명은 꾸준히 승점을 쌓았다. 결국 막판 경쟁에서 앞서며 창단 6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다. 지난 1월 초, 흥국생명은 구단 고위 인사가 현장에 개입, 권순찬 감독을 경질했다. 선수 기용을 두고 월권을 행사했다는 정황도 선수들의 입을 통해 확인했다. 내홍 속에 감독 선임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김대경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김연경이 100% 컨디션으로 나서면 막기 어렵다"고 했다. 김연경이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 상대 수비는 흔들린다. 흥국생명 우승은 7할 이상이 그의 힘이다.
하지만 나머지 3할을 채운 언성 히어로들이 있었기에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우선 김대경 코치를 빼놓을 수 없다. 권순찬 감독에 이어 이영수 수석까지 팀을 떠난 상황에서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다잡고 팀을 이끌었다. 그가 지휘봉을 잡고 치른 10경기에서 흥국생명은 7승(3패)을 거뒀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5연패를 당하며 흔들렸다. 이 기간 김 코치가 중심을 잡지 못했다면 흥국생명의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다. 김연경도 김 코치 등 코칭 스태프들이 선수들에게 힘을 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 바 있다.
데뷔 16년 차 베테랑 미들 블로커 김나희(34)도 큰 역할을 했다. 김연경과 옐레나가 다른 팀에 밀리지 않는 측면 공격력을 보여줬지만, 네트 앞 전쟁은 고전할 것으로 보였다. 이주아 한 명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나희가 투혼을 보여줬다. 최근 네 시즌 동안 30세트 이상 소화한 적 없었던 그가 풀타임을 소화했다. 부상까지 이겨내고 다시 코트에 섰다. 권순찬 전 감독은 김나희에 대해 "경험이 풍부하고 잔실수가 많지 않은 선수"라며 그를 주전으로 썼다. '높이 싸움'뿐 아니라 세터가 토스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정감 있는 연결을 도맡아 하기도 했다.
이밖에 시즌 초반 출전 기회가 줄은 상황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클러치 능력을 보여준 김미연, 공격수들의 득점을 극대화한 세터 김다솔과 이원정도 크게 기여했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김연경 '원맨팀'으로 시작했지만, '원팀'으로 정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