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축구 K리그1(1부) 울산 현대 중앙 수비수 정승현(29)이 올 시즌 라커룸 리더 중책을 맡았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의 주장이 된 것이다. 2016년 울산 오른쪽 측면 수비수 김태환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울산 20대 주장이다.
정승현은 홍명보 울산 감독의 ‘픽’이다. 붙임성이 좋은 정승현이 팀 내 젊은 선수와 고참 선수,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의 가교역할을 맡아달라는 게 홍 감독의 의중이다.
울산 구단 18세 이하(U-18) 팀 현대고 출신으로 지난 2020시즌 울산에서 부주장을 지낸 바 있다. 군팀 김천 상무에서는 주장을 맡았다. 이제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게감이다. 정승현도 “(지난 2시즌 동안 주장 맡았던) 이청용 선배 다음으로 주장이 돼 부담감이 있다. 책임감 있게 뛸 생각”이라고 했다.
책임감은 그라운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33)과 중앙 수비 호흡을 맞추는 정승현은 상대 선수를 향해 적극적으로 보디 체킹한다. 몸을 아끼지 않는다. 파이터형 센터백이다. 그는 동계 전지훈련 도중 몸살에 시달려 체중이 지난해와 비교해 몸무게가 3㎏ 정도 빠졌지만, 상대 선수와 경합에서도 밀리지 않을 만큼 거친 수비에 일가견이 있다.
정승현은 전북 현대와 치른 개막 라운드(2-1 승)에서 문전으로 쇄도하던 아마노 준(일본)을 몸으로 밀어내며 실점 위기를 막았다. 지난 5일 강원FC와 벌인 원정 경기(1-0 승)에서는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었다. 전반 44분 강원의 공격 상황에서 디노가 김대원의 크로스를 받기 직전, 몸을 던져 패스를 끊어냈다. 그는 왼쪽 허벅지에 찰과상을 입을 정도로 몸을 내던졌다.
정승현은 클리어링 45회 성공으로 수원 삼성 고명석(49회)에 이어 리그 전체 2위다. 경기당 15회 클리어링에 성공하고 있다. 울산의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다. 별명은 ‘강철 방패’다. 거친 압박 수비로 상대 공격수를 압박해 공을 뺏어내는 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중앙 수비 선수층이 비교적 약한 울산의 약점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승현의 활약으로 울산은 제주 유나이티드와 함께 리그 최소 실점(2실점) 공동 선두다. 개막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 시즌 경기 후반에 실점하는 경기가 많았지만, 올 시즌에는 급격히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버텨내는 힘’이 생겼다. 빌드업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울산은 수비 안정이 필수다. 수비가 안정되자 리그 2연패를 향한 분위기가 좋은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승현은 올 시즌 개막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울산 유니폼을 입고 웃겠다는 각오다. 그는 지난 시즌 도중 전역해 울산에 합류했다. 2005년 이후 17년 만에 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다. 시즌 개막부터 울산의 우승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올 시즌엔 개막 초반부터 맹활약하며 팀의 네 번째 우승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