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OST ‘눈부신 계절’의 가사 일부분이다. 한 소절만 들어도 주인공 동은(송혜교)의 아픔이 전해지며 눈시울을 붉힌다. 스토리에 어울리는 노래로 극중 인물들에게 더욱 이입되게 만드는 것, 바로 OST가 가진 힘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일 공개된 ‘더 글로리’ 파트2가 넷플릭스 TV 부문 월드랭킹 1위에 오르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파트2가 공개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더 글로리’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배우들의 열연, 뛰어난 영상미, 탄탄하고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더 글로리’는 보는 맛 뿐만 아니라 듣는 즐거움도 있는 명작이다. 어린 시절 끔찍한 학교폭력을 당한 동은이 가해자들 5명에게 18년간 준비한 일생의 복수를 펼치는 내용인 ‘더 글로리’는 시원한 사이다 결말로 매듭 지었지만 그 과정에 역경과 위기, 연대와 화합, 잔잔한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동은과 주변 인물들의 감정선을 줄곧 따라가게 만드는 스토리에는 OST가 적재적소에 사용돼 ‘더 글로리’의 몰입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더 글로리’ 본편이 최상의 재료들로 만든 최고의 요리라면, OST는 여기에 맛을 높이는 조미료 역할을 했다.
‘더 글로리’에서 가장 대표적인 OST로 뽑히는 두 곡은 가수 양파와 폴킴이 가창했다. 두 곡이 어떤 장면에서 사용됐는지, 시청자들에게 어떤 공감대를 형성했는지 짚어보았다.
◇ 양파 ‘눈부신 계절’
‘눈부신 계절’은 학폭 피해로 영혼까지 망가진 동은의 안타까운 삶을 5분 안에 축약한 곡이다. “기억의 굳은살을 눈물로 도려내도 또 다시 자라나 또 다시 채워져 가끔 행복해진다는 게 웃어도 된다는 게 어색한 일이 됐나봐”라는 가사는 동은의 고데기 화상처럼 진한 상처를 담아냈다.
90년대를 풍미한 레전드 가수 양파는 이 곡에서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동은의 쓸쓸한 아픔을 표현해 짙은 여운을 남겼다. 당시 양파는 교통사고를 당해 회복 중인 상태에서 녹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파는 곡이 처음 공개된 후 “동은의 서사가 마음이 아렸다. 매번 마지막인 것처럼 임하는데 특히 좋아하는 곡이라 (작업을 마친 뒤에도) 아쉬워서 눈물이 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눈부신 계절’은 6화 엔딩에서 동은이 주여정(이도현)에게 화상 자국을 보여줄 때 등장한다. 동은의 온몸에 가득 남은 끔찍한 상처가 충격을 안기면서도, 노랫말 그대로 아직 ‘그날’의 기억에 머물러 있는 동은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 외에도 11화에서 강현남(염혜란)이 유학을 가는 딸을 끝내 마중하지 못한 채 남편에게 폭행을 당할 때도 ‘눈부신 계절’이 흘러나오면서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 폴킴 ‘너는 기억한다’
‘너는 기억한다’는 어쿠스틱한 멜로디와 폴킴의 달콤한 음색으로 평화로운 느낌을 주지만 가사는 동은의 잔혹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네가 거기 있었는지 아무도 모르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아주 오랜 상처만 남아”부터 “다시 돌아갈 수 있음 좋겠어 너의 찰나와 영원들이 너만의 것이 되길”이라는 가사로 동은의 심경을 대변한다.
독보적 감성의 폴킴은 최근 KBS2 ‘더 시즌즈 박재범의 드라이브’에서 밴드 버전으로 ‘너는 기억한다’를 라이브로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연신 어두운 내용이 펼쳐지는 ‘더 글로리’ 속에서 ‘너는 기억한다’는 밝은 분위기로 장면이 전환될 때 주로 사용됐다. 동은의 조력자가 나올 때로, 1화에서는 성우방직에 재직 중인 동은이 구성희(송나영)와 처음 대화를 할 때 등장했으며 5화에서는 현남이 동은의 차에 쪽지를 남기는 장면에서 등장했다. 이 외에는 동은의 러브라인인 여정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 배경음으로 깔리면서 설렘의 감정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