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달러 사나이' 트레이 터너(30·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메이저리그(MLB) 레전드 그리피 주니어와 같은 기록을 세웠다. 그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
터너는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쿠바와의 4강전에 9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멀티 홈런 포함 3안타를 기록하며 미국의 14-2 대승을 이끌었다.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 미국은 결승전에 선착, 21일 오전 열리는 일본-멕시코전 승자와 대회 우승을 두고 격돌한다.
터너는 매 순간 빛났다. 미국이 2-1로 앞선 2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점수 차를 벌리는 솔로 홈런을 쳤고, 5회도 주자 2명을 두고 안타를 치며 만루 기회를 열었다. 미국이 9-2로 앞선 6회 말엔 스리런 홈런까지 때려냈다.
터너는 전날(19일)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8강전에서도 미국을 구했다. 5-7로 지고 있던 8회 초 만루에서 바뀐 투수 실비노 브라초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역전 만루 홈런을 쳤다. 1라운드부터 공격력 기복이 있었던 미국이지만, 터너가 클러치 능력을 보여준 덕분에 결승전까지 오를 수 있었다.
MLB닷컴은 이번 대회 슬러거로 변신한 터너의 활약을 조명했다. 그가 쿠바전에서 기록한 멀티 홈런은 미국 대표팀의 WBC 출전 역사상 두 번째 기록으로 알려졌다. 1호는 2006년 1회 대회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전에서 그리피 주니어가 해냈다.
MLB 통산 630홈런을 기록한 그리피 주니어는 MLB 역사를 대표하는 타자다. 이번 대회 타격 코치로 참가하기도 했다.
1969년생, 올해 쉰네 살인 그리피 주니어는 경기 전 훈련에서 직접 배팅 케이지에 들어가, 론피포 파크 외야로 타구를 보내는 모습으로 미국 대표팀 선수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MLB닷컴은 터너의 멀티포 생산에 그리피 주니어의 조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그리피 주니어는 멀티홈런을 기록한 2006년 대회 남아공전에서 7타점을 기록했다. WBC 한 경기 최다 타점 신기록이다. 터너도 이날 새 기록을 세웠다. WBC 최초로 2경기(베네수엘라·쿠바전) 연속 4타점 이상 기록한 선수가 됐다.
MLB 대표 유격수인 터너는 지난겨울 스토브리그에서 필라델피아와 기간 11년, 총액 3억 달러(약 3910억원)에 계약했다. 이번 WBC에서 마이크 트라웃··무키 베츠·폴 골드슈미트 등 MLB 최우수선수(MVP) 수상자들에 밀려 하위 타선에 나섰지만, 존재감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