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고양 캐롯 점퍼스 창단식에서 구단기를 흔들고 있는 허재 대표이사. 고양=김민규 기자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해지한 데이원스포츠와 캐롯손해보험이 당분간 불편한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데이원은 계약 종료에 따라 구단명을 고양 ‘캐롯’ 점퍼스에서 고양 ‘데이원’ 점퍼스로 변경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지만, 팀명은 KBL 이사회를 거쳐 팀 명칭 변경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원 측의 관련 공문은 아직 KBL에 접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농구 고양 캐롯의 운영 주체인 데이원스포츠는 21일 “네이밍 스폰서인 캐롯손해보험과 스폰서십 계약을 종료했다”며 “경영건전성 확보를 위한 인수협상을 시즌 중 진행함에 따라 새로운 모기업과 관련된 팀 명칭으로 리그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데이원스포츠와 캐롯손해보험은 상호협의하에 네이밍스폰서십 계약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둔 데이원자산운용은 자회사 데이원스포츠에 구단 운영을 맡기고 지난 2021~2022시즌 고양 오리온을 인수했다. 이후 프로농구 처음으로 네이밍 스폰서를 도입했고, 캐롯손해보험이 데이원과 손을 잡았다. 구단 명칭이 고양 데이원이 아닌 고양 캐롯이었던 배경이다.
그런데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줄줄이 여파가 이어졌다. 캐롯은 KBL 가입금 격인 특별회비 1차분 5억원도 지연납부했고, 올 들어 선수단 급여마저 밀리는 등 시즌 내내 잡음이 일었다. 이달 말까지 내야 하는 가입금 10억원을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캐롯은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으나, 가입금을 내지 못하면 플레이오프에 출전하지 못한다.
캐롯손해보험 입장에선 '캐롯'이 거의 부정적인 이슈로만 화제가 되니 결국 계약 해지를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 구단을 운영할 모기업을 찾던 데이원스포츠도 계약을 종료하는데 합의했다. 양 측은 상호 합의하에 21일부로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종료했다. 당초 네이밍 스폰서 계약 기간은 4년이었으나, 양 측의 계약은 1년도 채 채우지 못했다.
문제는 팀명이 일방적인 발표만으로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팀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KBL 이사회를 거쳐 승인까지 받아야 하지만, 데이원 측은 아직 KBL에 관련 공문조차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결별을 공식 발표하고도 당분간 불편한 동행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KBL 관계자는 "아직 데이원 측의 공문이 도착하지도 않았고, 공문이 도착하더라도 향후 일정은 미정"이라며 "이사회 승인이 날 때까지 고양 캐롯은 기존 이름으로 시즌은 치러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