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호(61) 수원FC 단장이 지난 21일 제21회 덴소컵 한·일대학축구정기전이 열린 일본 도쿄도 사이타마현의 우라와코마바 스타디움에서 한국 취재단을 만나 축구인들이 가진 한국과 일본의 축구 수준 차이에 관해 이렇게 꼬집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일본에 지고 있었다. 한국만 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3~4년 동안 일본을 이긴 적이 없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의 축구 수준 격차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A대표팀부터 연령별 대표팀까지 일본에 완패해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최근 3년 동안 일본과 세 번 만나 모두 졌다. 이벤트성 경기이지만, 지난 20~21일 한·일 대학축구 교류전에선 한국이 3경기(1·2학년 챔피언십, 여자 덴소컵, 남자 덴소컵) 모두 완패했다.
스카우트할 선수를 점검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최순호 단장은 3경기 모두 관전했다. 그에게 관전평을 묻자 1,2학년챔피언십은 세밀함이 부족했고, 여자부가 그나마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다. 세밀함과 결정력이 일본이 앞선다. 우리는 의욕을 갖고 플레이를 거칠게 하는데, (결국) 세밀함과 득점력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최순호 단장은 현역 시절 일본을 상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축구대표팀으로 뛰던 시절 일본을 상대로 10경기에 나섰다. 그가 뛴 경기에서 한국은 8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최 단장은 한일전에서 2골을 기록했다. 그는 조광래, 조병득, 박경훈, 최강희 등과 함께 뛰며 일본을 꺾었다. 현역 시절 ‘일본전 승리 보증수표’였던 그는 작금의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최순호 단장은 현역 시절부터 일본의 축구 경쟁력을 알아봤다고 전했다. 최 단장은 “30년 전부터 (한국과 일본의 축구 수준이 나중에 뒤집힐 거라고) 예견했다. 우리는 (단기 성과를 위한) 일정을 잡는다. (반면에) 일본은 기획을 깊이 생각한다. 일정 기간이 되면 목표에 도달한다. (깊은 고민이 아닌 성과에만 치중하는) 일정에 맞춰서는 목표까지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지적은 하루 이틀 나온 게 아니다. 축구 지도자들은 성적에만 매몰돼서는 장기적인 축구 스타일 정립이 부족하다는 성토를 내놓은 바 있다. 일본이 장기 플랜을 설정한 뒤 유망주 발굴·일관된 축구 스타일 정립 등으로 선수들의 기량이 상승했다는 걸 예시로 많이 거론했다. 반면 한국은 입시 제도, 취업률 등으로 장기적으로 목표 설정이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덴소컵에서 남자 대학축구 선발팀 지휘를 맡은 박종관 감독도 “확실히 일본은 꾸준히 많은 발전을 이룩한 거 같다. 같은 경기 스타일과 콘셉트로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걸 느낀다”고 했다. 1,2학년챔피언십에 출전한 인천대 최광훈 감독대행은 “전술적인 운영, 패스 능력 향상보다 경기에서 승리하는 게 목적이라는 부분에서 일본과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덴소컵에서 일본 대학축구 선발팀 감독을 맡은 이우영 감독(센슈대 교수)도 “한국은 파워풀하고 빠른 선수를 원한다. 일본은 빌드업을 추구하는 팀이 많다”며 “한국은 지난해 뛰었던 선수가 올해도 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안타깝다. 프로에 간 선수들도, 대학에 남은 선수들도 환경을 잘 생각해야하지 않나 싶다. (이런 상황이) 매년 반복하는 것밖에 안 된다. 10년 뒤 어떤 사람이 축구를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게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