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완선이 그룹 뉴진스의 곡 ‘하이프 보이’(hype boy)에 맞춰 춤을 추는, 이른바 ‘커버 영상’이 화제다. 최근 김완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1분 가량의 숏츠(짧은) 영상은 27일 기준 200만의 조회수를 거뜬히 넘었다. 빠른 템포인 일렉트로 팝 장르 곡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뉴진스의 파워풀한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자신의 집 거실에서 편안한 하얀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대충 추는 듯 보이지만, 각각의 안무 포인트를 짚으며 40년 가까운 댄스 경력의 노련함을 발휘한다. 50세를 넘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스타일리시한 분위기가 함께 어우려져 ‘역시 김완선’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김완선은 1990년대의 대명사다. 17살이었던 지난 1986년 ‘오늘밤’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김완선은 하얀색 원피스와 운동화를 신고 파워풀한 춤으로 무대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듬해 ‘나홀로 춤을 추긴 외로워’, ‘리듬속의 그춤을’, 1990년 ‘람바다’로 뜨거운 인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다음해 선보인 5집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국 음악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김완선의 힘을 뺀 특유의 창법과 만난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는 한국 여가수 최초로 단일 앨범 100만장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5집에서만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포함해 ‘나만의 것’, ‘가장무도회’ 등 3곡이 음악프로그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김완선은 이후에도 꾸준히 자신만의 독보적인 곡들을 내놓고 활동하다가1990년대가 저물고 밀레니엄 시대로 들어서면서 서서히 잊혀갔다.
그러다 최근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김완선이 다시 소환됐다. 촌스럽다고 여겼던 오버핏 데님 재킷, 망사 스타킹, 큼직한 볼드 귀걸이가 특히 MZ세대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들 모두의 패션을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했던 김완선의 과거 무대들에 관심이 모아졌고, 김완선의 무표정과 고혹적인 눈빛 등 특유의 분위기는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목 받았다. 특히 지난 2019년, 29년 만에 재해석된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가 공개되면서 MZ세대뿐 아니라, 그때 그 시절 김완선과 함께 했던 중장년층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의 마돈나’로 불리던 전성기 시절, 신비주의 콘셉트로 사생활이 일절 공개되지 않았던 김완선은 최근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특히 대중이 알지 못했던 화려한 무대 뒤에서 겪었던 아픈 사연을 털어놓으며, 안쓰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달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출연해 모든 삶을 자신의 선택이 아닌 이모의 철저한 통제 속에 살았다고 고백한 것. 이모의 지나친 간섭에 지쳤던 김완선은 "(이모에게) 질질 끌려갔고, 끌려가기는 싫으니까 좀비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무력함에 휩싸였고 음악에 대한 열정도 점점 잃어갔었다고 전했다. 또 데뷔 이후 1998년까지 13년간 정산을 단 1원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7년 한때 은퇴설이 불거질 만큼 긴 슬럼프를 보냈던 김완선은 아픔을 뒤로하고 과거와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데뷔 후 약 20년 만인 2008년 미국에서 홀로 시간을 보냈던 김완선은 인생의 남은 시간을 자신을 위해 충실히 살기로 다짐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키웠다고 한다. 요즘 김완선은 가수뿐 아니라 화가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재능을 발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 후배 가수인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와 함께 ‘댄스가수유랑단’을 결성, 데뷔 후 첫 그룹 활동에 도전한다. 과거 동료도 없이 외롭게 연예계 활동을 했다고 밝힌 김완선이 이들과의 활동에 설렘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대중 또한 그가 보여줄 활약에 기대감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