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강인(22·마요르카)이었다.
이강인이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이강인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에 선발 출전, 경기 내내 공격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첫 선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깜짝 선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경기 전날만 하더라도 클린스만 감독은 “소속팀에서 더 많이 출전하면 대표팀 출전 시간도 늘어날 것”이라며 선발 제외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이날 당당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역할은 4-2-3-1 전형의 측면 공격수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프리롤’ 손흥민(토트넘)을 가운데에 배치하는 대신 이강인과 이재성(마인츠05)을 양 측면에 뒀다. 이강인은 주로 오른쪽 측면에 배치됐지만 전술적인 선택에 따라 이재성과 자리를 맞바꾸기도 했다.
경기 내내 이강인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경기 초반부터 빛났다. 측면에서 날카로운 패스를 전방에 전달한 뒤 문전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그는 절묘한 턴 동작 이후 왼발 슈팅까지 이어갔다.
이후에도 그는 특유의 순간적인 페인팅 동작과 드리블 등을 앞세워 상대를 연신 흔들었다. 전반 22분엔 왼쪽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하다 완벽한 페인팅으로 수비수를 벗겨낸 뒤 주발도 아닌 오른발로 정확한 크로스를 전달해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과감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장면이 이어졌다. 전반 24분엔 오른쪽 측면에서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의 롱패스를 받은 뒤, 가운데로 파고든 뒤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했다. 슈팅 기회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이강인은 지체 없이 상대 골문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강인은 측면에서 공을 잡을 때마다 절묘한 개인기로 거듭 상대 수비수들을 따돌렸다. 정확한 크로스나 패스 등을 통해 어떻게든 공격을 연결하는 모습이었다. ‘악연’ 페데리코 발베르데는 그런 이강인을 거친 파울로 저지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게 공격 포인트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이강인이 경기 내내 보여준 존재감은 ‘원맨쇼’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앞으로 클린스만호에서 확실한 주전이 될 만한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한편 이날 한국은 선제 실점 이후 황인범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마티아스 베시노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1-2로 졌다. 앞서 콜롬비아와 2-2로 비긴 클린스만호는 첫 A매치 2연전을 무승으로 마쳤다.
김명석 기자 clea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