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후보들이 시범경기에서 질주했다. 봄이 주는 착시효과일까, 아니면 이들이 정말로 달라졌을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2023 시범경기에서 각각 1위와 2위에 올랐다. 한화는 탄탄한 불펜진(불펜 평균자책점 2.69·2위)과 높은 득점권 타율(0.292·1위)이 강점이다.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 2년 차 강속구 투수 문동주가 합류한 선발진도 강화됐다.
삼성은 27일 한화와 만나기 전까지 8연승을 질주했다. 다년계약 첫 해인 지난해 부진했던 구자욱(타율 0.400)이 살아났고, 호세 피렐라(타율 0.306 2홈런)도 건재하다. 이성규(타율 0.364 5홈런) 김태훈(타율 0.294 3홈런) 김동엽(타율 0.300 1홈런) 등 기대주들도 많다.
하지만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 이른 봄에 페이스를 올렸다가 정규시즌 하위권에 머무른 팀들은 상당히 많았다. 당장 한화도 지난 2021년 시범경기 1위를 하고도 정규시즌 최하위에 그쳤다. 전문가들의 순위 예상에서도 두 팀은 모두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한화는 지난겨울 외부 영입이 많았으나 대형 전력 보강은 채은성 한 명뿐이었다. 삼성은 외부 영입이 전무했다.
삼성 이성규-김동엽-김재상. 삼성 제공
그래도 두 팀 감독은 시범경기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성적이 아닌 내용 때문이다. 양 팀 모두 젊은 선수들 육성을 바라고, 흐름을 타 좋은 팀으로 성장하길 바랐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그 성과가 보였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훈련을 통해 기술을 조금씩 적립했다. 시범경기 1위를 해 좋은 게 아니고 젊은 선수들의 성적이 향상된 것 같아 뿌듯함이 있다"며 "(약팀이라는 평가를)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 평가를 통해 선수들이 자극받아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잘 준비했고, 젊은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선수층이 두꺼운 팀이 장기 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고 전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한화가 시범경기 1위를 했던) 2년 전에는 젊은 선수들 의욕이 앞섰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그러나 정규시즌에서 노련한 선수들의 노림수에 당했고, 연패로 이어졌다. 젊은 선수들이라 (분위기가) 빨리 식었다. 이제 베테랑들이 많아졌고, 기존 선수들도 2년 동안 성숙해졌다. 각 파트에서 베테랑들이 젊은 선수들을 잘 잡아줘 선수단이 단단해졌다"고 짚었다.
선수들의 생각은 어떨까. 2021년 4번 타자로 팀을 지탱했던 노시환도 변화를 체감한다. 당시 사실상 홀로 타선을 지켰던 그는 이제 채은성 등 든든한 선배들과 상위 타선을 구축한다. 노시환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선배님이 선수단 규율을 갖추게 하시면서도 후배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고 했다.
수베로 감독은 "필드 안팎에서 이뤄지는 선수들의 모든 훈련은 성공을 위함이다. 실패를 위해 노력하는 건 야구에서는 없다"며 "타자들이 끈질기게 선구하다가 출루했고, 채은성이 기대에 부응하는 타점을 올려준다. 벤치 플레이어들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그런 모습이 나를 감동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범경기에는 구단마다 각자의 목표가 있다. 어떤 팀은 4회까지 최고 전력으로 운용한 후 5회부터 전력을 안배하기도 한다. 시범경기는 구단의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나를 보는 것이다. 한화의 가장 큰 수확은 내가 2021년부터 강조했던 꾸준함이다. 27번째 아웃 카운트가 잡힐 때까지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자고 했는데 그런 부분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정규시즌 때도 이런 부분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진만 감독은 개막과 함께 선수단 컨디션이 더 올라오길 바란다. 박 감독은 "선수들 컨디션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투수들은 투구 수를 끌어 올리고, 타자들은 시범경기를 통해 사이클을 점차 올릴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짰다. 정규시즌 개막(4월 1일)까지 컨디션을 더 조절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