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포수 강민호(38·삼성 라이온즈)는 '위기의 남자'였다. 지난해 정규시즌 타율이 0.258로 전년 대비 3푼 이상 떨어졌다. 불혹을 눈앞에 둔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가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공교롭게도 올해 시범경기 타율도 0.233로 좋지 않았다. 김재성의 성장세와 김태군의 안정감이 맞물리면서 강민호의 주전 자리가 위태로워 보였다.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강민호는 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에 4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 2타수 1안타(1홈런) 2볼넷 3타점 맹타로 8-6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 개막전을 0-8로 완패했던 삼성은 홈팬들 앞에서 설욕에 성공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개막전 2만4000석 매진을 기록했던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이날도 1만8483명의 적지 않은 야구팬이 현장을 찾았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NC가 이끌었다. NC는 2회 초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의 선두 타자 솔로 홈런과 무사 3루에서 박석민, 2사 1·2루에서 나온 박민우의 적시타로 3점을 뽑았다. 3회 초에는 안타 3개와 사사구 2개를 묶어 3점을 추가했다. 삼성은 3회 말 1사 만루에서 구자욱의 희생 플라이로 첫 점수를 뽑았다.
경기 흐름을 바꾼 건 강민호였다. 2회 첫 타석 1루수 플라이로 아웃된 강민호는 1-6으로 뒤진 4회 말 선두타자 볼넷으로 출루했다. 후속 강한울의 내야 땅볼 때 2루로 진루한 뒤 3루가 비어있는 틈을 타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공격적인 주루로 홈팬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곧바로 이성규의 좌전 적시타 때 득점을 올렸다. 삼성은 2-6으로 뒤진 2사 2루에서 김동엽의 중전 적시타로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하이라이트는 5회 말이었다. 강민호는 1사 1·2루에서 극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구창모의 3구째 시속 146㎞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넘겼다. 이날 경기 전까지 구창모는 강민호의 '천적'이었다. 통산 맞대결 타율이 0.227(22타수 5안타)로 높지 않았다. 홈런 2개를 터트렸지만 모두 솔로포.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NC는 강민호의 홈런 직후 투수를 김진호로 교체했다.
분위기를 바꾼 삼성은 6회 말 결승점을 뽑았다. 1사 후 김동엽과 이재현의 연속 안타로 1·3루 찬스를 만든 뒤 김지찬의 내야 땅볼 때 3루 주자 김동엽이 득점했다. 2사 1루에선 구자욱의 짧은 우전 안타 때 1루 주자 김지찬이 홈까지 파고들었다. NC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지만, 세이프를 선언한 원심이 바뀌지 않았다. 강민호는 7회 네 번째 타석에선 8구 접전 끝에 볼넷으로 걸어 나가 '3출루' 경기를 완성했다.
삼성은 선발 외국인 투수 알버트 수아레즈가 3이닝 9피안타 6실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4회부터 가동된 불펜이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9회 등판한 오승환이 1이닝 무실점하며 세이브를 챙겼다. 강민호는 9이닝 동안 교체 없이 수비하며 삼성의 안방을 든든하게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