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원정 경기를 10-9(연장 11회)로 승리했다. 전날 개막전 패배를 설욕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지만, 승리로 가는 과정이 녹록하지 않았다. 3회까지 9-2로 앞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으나 불펜이 흔들렸다.
시작부터 꼬였다. 선발 김윤식이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2실점 하며 이른 시점에 강판당했다. 2회 말 무사 만루에서 등판한 두 번째 투수 임찬규(2이닝 3피안타 3실점)와 세 번째 투수 백승현(2이닝 3탈삼진 무실점)이 비교적 호투했지만, 불펜 소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
7회까지 불펜 투수 4명을 투입한 LG는 결국 8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박명근(3분의 1이닝 1피안타 2실점)과 진해수(3분의 1이닝 1사사구 1실점) 이정용(1과 3분의 1이닝 3피안타 3실점)을 투입한 끝에 가까스로 아웃카운트 3개를 채웠지만 이 과정에서 9-5로 앞서던 경기가 9-9 동점이 됐다. 9-6으로 앞선 2사 1·3루에서 이정용이 앤서니 알포드와 박병호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은 게 뼈아팠다.
경기 분위기는 '동점을 만든' KT 쪽이었다. 승부가 연장으로 흘렀지만, LG 불펜은 가용할 수 있는 자원마저 부족했다. 이미 9회까지 불펜 7명을 투입한 상황. 필승조 정우영과 이정용을 비롯한 핵심 자원이 대부분이 등판을 마친 뒤였다. 위기의 순간 버틴 건 함덕주였다.
10회 말 등판한 함덕주는 조용호와 강백호, 알포드를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LG는 11회 초 1사 2·3루에서 스퀴즈 번트로 다시 앞서 나갔고 11회 말에도 등판한 한덕주가 세 타자 연속 범타로 1점 차 우위를 지켜냈다. 2이닝 4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 29개(스트라이크 18개). 10회는 직구와 슬라이더, 11회는 직구와 체인지업 조합으로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뒤 "함덕주가 마지막 2이닝을 완벽히 막아준 것이 승리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함덕주는 "팀이 어려운 상황이고 오랜만에 경기에 나서는 거라 더 흥분됐다. 부상에 대한 걱정이 없어서 내 공을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너무 떨렸다. 신인 첫 등판 때처럼 가슴이 쾅쾅댔는데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했다. 오늘 모습처럼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포수 박동원의) 좋은 리드 덕분에 타자를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왼손 타자에 약하다는 말이 있어 코치님들과 슬라이더를 신경 써서 연습했다. (연습 덕분에) 결과적으로 오늘 자신 있게 상대할 수 있었다"며 "부상으로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서 실망하셨을 텐데 앞으로 남은 142경기와 포스트시즌까지 건강하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