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훈. 사진=KBL 단기전에서 빛을 발하는 건 팀의 중심을 잡는 베테랑의 존재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함지훈(39·1m98㎝)이 6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일 열린 2022~23 프로농구 6강 PO(5전 3승제) 1차전 홈경기에서 고양 캐롯을 86-71로 크게 이기고 기선을 제압했다. 정규리그 캐롯 상대전적 1승5패의 절대열세였던 현대모비스는 단기전에서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이날 함지훈은 20분을 뛰며 16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자신의 정규리그 평균치인 20분 7.2득점 3.7리바운드와 비교하면 공격포인트가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영양가’ 면에서도 만점이었다. 함지훈은 2쿼터 현대모비스가 캐롯을 압도하며 앞서가는데 중요한 골밑 득점을 연이어 성공했다. 2점 슛을 7개 시도해서 모두 성공, 자유투 2개 시도해서 모두 성공했다. 야투 성공률 100%로 군더더기 없이 노련하게 공격에서 제몫을 해냈다.
함지훈은 1차전에서 PO 통산 800득점을 돌파했다. KBL 통산 15번째 기록이다.
또 빅맨 함지훈은 가드 서명진과의 신구조화 호흡도 돋보였다. 함지훈은 어시스트에도 능한 빅맨이라는 점에서 돋보이는 선수였다. 2015~16시즌에는 평균 5.8개로 포인트가드 뺨치는 기록을 냈고, 이후 3시즌 연속 평균 5개가 넘는 어시스트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서명진과 김영현, 아바리엔토스 등 빠른 가드들이 팀에 포진하자 영리하게 골밑에서 역할에 충실한 것으로 포지션을 바꿨다. 올 시즌 함지훈의 어시스트는 정규리그 평균 3개로 줄었고, 6강 PO 1차전에서는 어시스트가 없었다. 그러나 가드진 세 명이 기록한 어시스트가 무려 14개였다. 함지훈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서명진은 공격에서 더 빛을 냈다.
이처럼 공격에서 유기적인 플레이를 한 현대모비스는 수비에서도 ‘3점 슛의 팀’ 캐롯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캐롯은 1차전에서 3점 슛 36개를 던져 5개를 성공(성공률 14%)하는데 그쳤고, 이게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캐롯의 핵심 슈터 전성현이 달팽이관 이상으로 결장한 것도 공백이 컸다.
함지훈은 “준비했던 수비가 잘되고 상대 외곽을 잘 막아 기분 좋게 승리했다. 앞으로도 수비 같은 기본에 충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