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2사 이태연이 구원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4.02/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 신인 이태연(19)이 만원 관중 앞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2023시즌 6라운드 전체 53순위 신인 이태연은 지난 1일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 개막전에 6회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 동안 실점 없이 삼진 2개를 잡아내는 기염을 토하며 완벽한 데뷔전을 펼쳤다.
이날 이태연의 상대는 김재환과 양의지, 강승호로 이어지는 두산의 4~6번 타자였다.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신인에겐 버거운 상대였을 터. 하지만 이태연은 주눅 들지 않았다. 첫 타자 김재환을 삼진 처리한 뒤, 국가대표 4번타자 포수 양의지를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강승호까지 삼진으로 잡아낸 이태연은 롯데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태연을 향한 갈채는 이튿날(2일)에도 이어졌다. 이태연은 2차전에서도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나와 첫 홀드를 기록했다. 2사 1, 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이태연은 대타 신성현을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다. 위기를 넘기고 돌아오는 이태연에게 롯데팬들은 큰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이틀 연속 만원 관중(총 4만7500명) 앞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감독, 선배들도 칭찬 일색이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이태연의 개막전 호투를 두고 “이태현이 데뷔전에서 어썸(awesome·엄청난)한 활약을 펼쳤다. 한국을 대표하는 중심타자들을 상대로 삼진을 2개나 잡았다”라며 칭찬했다. 이태연과 호흡을 맞춘 베테랑 포수 유강남도 “신인인데 만원 관중 앞에서 쫄지도 않고 던지더라. '난놈'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태연에겐 잊지 못할 개막시리즈가 됐다. 이태연은 “개막 첫날은 야구 하면서 이렇게까지 떨릴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관중도 엄청 많았고, 응원의 열기도 대단해서 더 그랬다. 하지만 막상 올라가서 공을 던지다보니 괜찮아졌다. 내 스타일대로 긴장하지 않고 공을 잘 던진 것 같다”라며 개막시리즈를 회상했다.
1군에서 날고 긴다는 선배 선수들을 상대한 경험은 어땠을까. 이태연은 “떨리긴 했지만 크게 긴장은 안 했다”라면서 “언젠간 상대해야 할 선수들 아닌가. 내가 배운다고 생각하고 내 공을 던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신인답지 않은 강한 멘털이 돋보였다.
이틀 연속 호투로 이태연은 기념구를 두 개나 챙겼다. 전날엔 ‘데뷔 첫 삼진’ 기념구를, 이튿날엔 ‘데뷔 첫 홀드’ 기념구를 받았다. 이태연은 “나중엔 첫 세이브나 첫 승 기념구를 챙기고 싶다. 받을 수 있는 기념구는 다 받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롯데는 최근 김유영(LG 트윈스)과 강리호(자유계약선수)를 떠나보내면서 좌완 불펜이 부족해졌다. 하지만 좌완 신인 이태연이 데뷔전에서 기대 이상으로 강렬하게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