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매력은 작품 안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확장된다는 점 아닐까요. 좋은 영화 한 편이 촉발한 감상과 의미를 다른 분야의 예술과 접목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환승연예’는 영화, 음악, 도서, 미술 등 대중예술의 여러 분야를 경계 없이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옥수역 귀신’은 지난 2011년 한국 웹툰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온 단편작을 원작으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웹툰 ‘옥수역 귀신’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무서워했고, 이후에도 공포 웹툰 중에서도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강하게 각인된 작품이다.
‘옥수역 귀신’은 실제 퍼져있는 괴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을 듯 하지만, 그 명성이 무색하게 ‘옥수역 귀신’이라는 괴담은 없다. 일반적인 도시 전설은 ‘자유로 귀신’처럼 자유로에서 두 눈이 없는 귀신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던지, ‘빨간 마스크’처럼 입이 찢어진 여성이 “나 예뻐?”를 묻는다던지 하는 ‘스토리’가 있다. ‘옥수역 귀신’은 목격담이나 귀신의 특정 행동 등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옥수역 귀신’ 자체가 웹툰 작가 호랑이 만들어낸 이야기라 그렇다. 이 웹툰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오싹한 이야기가 아닌 플래시를 활용해 검은 선로에서 갑자기 손이 튀어나오는 연출이었다.
내용은 한 남성이 옥수역에서 비틀거리는 여성을 목격하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 것부터 시작한다. 술에 취한 듯한 여성을 묘사한 글에 누군가 ‘귀신이 머리채를 잡고 선로로 끌어당긴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자, 남성은 다시 여성을 쳐다본다. 하지만 어느새 여성은 사라져있다. 주변을 둘러보던 남성은 검은 선로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독자가 여기까지 웹툰 스크롤을 내리면, 검은 화면에서 피 묻은 손이 튀어나온다.
이 웹툰이 공개된 후 독자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반응이 쏟아졌다. 그동안 정지된 화면에서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리며 웹툰을 보던 사람들은 ‘움직이는’ 그림에 열광했다. 이런 연출이 등장한 이후 다른 웹툰 작가들도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움직이는 그림을 연출에 사용하거나, 음악을 배경으로 깔기 시작했다.
영화 ‘옥수역 귀신’은 이런 웹툰 속 설정을 바탕으로 영화 ‘링’으로 일본 공포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작가 다카하시 히로시가 각본을 썼다. 정용기 감독이 한국적으로 각색해 실제 지명이 나오는 현실 공포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옥수역 귀신’은 옥수역에서 의문의 죽음이 연이어 일어나자 특종을 감지한 기자 ‘나영’이 취재를 시작하고 진실에 다가갈수록 공포와 맞닥뜨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는 1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