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따금 벌어지던 ‘버스 막기’가 다시 등장했다. 서포터들은 응원하는 축구팀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거나 저조한 경기력을 보이면 가차 없이 버스를 막아 세운다.
올 시즌에도 팬들은 구단 버스를 막고 답답함을 표출하고 있다. 38경기(K리그1 기준) 중 5경기를 치렀을 뿐인데, 성과가 저조한 몇 팀은 벌써 버스 막기를 당했다.
K리그 전통 명가인 수원 삼성. 이미 팬들이 두 차례 버스를 막아 세웠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간 끝에 가까스로 1부 리그에 살아남은 수원은 올 시즌 초반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민심은 당연히 악화했다.
이병근 수원 감독은 두 번이나 퇴근 버스에서 내려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19일 대전하나시티즌전(1-3 패)이 끝난 뒤에는 팬들 앞에 서서 A매치 휴식기 이후 성적을 내지 못할 시 책임을 지겠다는 발언을 남겼다. 하지만 팬들은 버스를 막은 후에도 답답함이 가시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두 번 모두 크게 얻을 것 없는 대치였다.
팬들은 ‘소통’을 위해 선수단 버스 앞에 선다. 몇 몇은 다짜고짜 사퇴를 강권하기도 하지만, 다수는 감독과 속 시원히 팀의 실정과 전술 등에 관해 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버스를 막고, 수많은 팬이 운집한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팬들이 원하는 양방향 의사소통은 사실상 불가하다. 감독은 험악한 분위기 속 "죄송하다", "책임을 지겠다" 등의 발언 정도만 남길 수밖에 없다. 감독의 마음엔 상처만 남고, 팬들의 답답함은 증폭된다. 똘똘 뭉쳐야 할 구단과 서포터 사이 갈등은 더 커진다.
지난 1일 포항 스틸러스전(1-2 패) 이후 전북 현대의 상황도 비슷했다. 5경기에서 1승(1무 3패)만을 거둔 팀에 팬들은 노했고, 김상식 전북 감독이 탄 버스는 2시간 동안 제자리에 멈췄다. 누구에게도 유의미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서포터도, 감독도 지쳤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도 마찬가지였다.
다수의 축구 팬은 버스 막기를 두고 ‘과한 처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누구도 얻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의미 없이 힘만 빼고 감정만 상하는 버스 막기는 지양해야 한다. 과거 1시간 40분간 버스에 갇힌 경험이 있는 최용수 감독은 최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우리가 져야 하지만, 지도자도 인격체다. 프로팀 감독이 쉽지 않다. 조금만 기다려주고 믿음을 보내면 더 좋지 않을까"라며 "프로팀 감독은 정말 신랄한 비판을 받는다. (팬들이) 적절하게 수위 조절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응원하는 팀이 선전을 약속하고 힘없이 무너지면 팬들이 마뜩잖은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의 전언대로 지도자도 결국 똑같은 한 명의 인간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과한 방식의 무차별적 비난은 누군가를, 또는 팀을 곪게 만든다.
무의미한, 무자비한 버스 막기는 관계만 악화한다는 사실은 이미 드러났다. 구단 차원에서 간담회 등 서포터가 감독, 관계자들과 토론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하나의 답안이 될 수 있다. 비로소 상호 간 존중하는 소통이 될 때 건실한 스포츠 문화가 정착되고, 팀과 리그 모두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