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수요에 대응해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하며 불확실성을 해소하자 주가가 반등했다. 다만 메모리 업사이클(호황)이 짧아지는 것은 장기적인 위협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7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설명자료를 냈다. 통상 잠정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치만 내놓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투자자들의 우려를 인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2023년 1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75% 급감했다. 회사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불황에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수익성 개선 노력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소식에 주가는 크게 뛰었다. 이날 오후 1시 20분 기준 6만5000원으로 전일보다 4% 이상 올랐다. 회사 주가가 6만5000원대를 찍은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올 2분기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가 점차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즈는 "메모리 산업은 디램 및 낸드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공급망 플레이어의 높은 재고 수준, 소비자 지출 둔화로 2023년 2분기에 침체 주기의 바닥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올해 하반기에 분위기 반전이 기대되지만 이번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계기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가속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실적 시즌 동안에는 대체로 상승, 실적 시즌 이후 탐색 구간을 지나는 경우가 많다"며 "경기가 반등해야 본격적으로 랠리(강세)를 펼친다. 그 시기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들이 약해진다는 위협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