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이혼’은 아주 특별한 작품이었어요. 언제나 추구해왔던 ‘작은 의미라도, 작은 메시지라도 품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100% 충족시켜준 소중한 작품이죠. 12부작인 게 아쉬울 정도로 떠나보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배우 조승우도, ‘신성한, 이혼’도 모두 해피엔딩이었다. 지난 9일 JTBC 토일드라마 ‘신성한, 이혼’(극본 유영아, 연출 이재훈, 제작 SLL, 하이그라운드, 글뫼) 최종회는 9.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10%에 가까운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 주역은 단연 조승우다.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에서 차가운 검사 황시목으로 시청자를 열광시켰던 조승우는 ‘신성한, 이혼’에선 정반대인 인간미 넘치는 변호사를 연기하며 황시목을 지워냈다. 배우로서 조승우가 지닌 힘을 연기로 확인시킨 셈이다.
조승우는 ‘신성한, 이혼’에서 피아니스트이자 교수였지만 죽은 여동생의 이혼에 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혼 전문 변호사로 거듭난 신성한을 연기했다. 드라마의 시작과 끝은 신성한의 개인적 서사였지만, 드라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혼’ 에피소드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공감과 힐링을 선사했다. 그 중심에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신성한은 때론 분노를, 때론 따뜻함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신성한, 이혼’은 이혼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 예능 등 여타의 작품들과 비교해 무척 ‘순한 맛’이다. 이혼 과정에서 그려지는 자극적인 내용들을 최소한의 장치로만 가져오려 애쓴다. 대신 이혼을 결심한 배경, 그리고 이혼 과정에서의 지난함,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혼 후의 삶을 의뢰인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엮어내면서 ‘이혼’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조명해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올렸다.
그 과정에서 조승우는 상처와 아픔을 지닌 의뢰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캐릭터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오롯이 감정을 이입하기보다는 한 발자국 떨어져 관조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드라마의 톤을 담백하게 조절하기도 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이러한 감정 연기는 드라마의 주제를 살리는 데 큰몫을 했다.
조승우는 ‘신성한, 이혼’에서 그동안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쌓아온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작품의 중심에 서있지만, 동시에 다수의 인물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려냈다. 죽마고우들인 김성균(장형근 역), 정문성(조정식 역) 등과 함께 음식 하나를 두고 티격태격하거나 ‘라떼’의 노래들을 목청 높여 부르는 유쾌한 모습들은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했다.
조승우에게도 ‘신성한, 이혼’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너무나도 따뜻했던 관계들로 인해 내게 큰 위로가 돼 주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전한 조승우는 작품을 함께 했던 배우들과 제작진에 대해 “모두 사랑했다. 덕분에 무지 행복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제 조승우는 신성한을 뒤로 하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무대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