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기(30)의 출루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21년 출루율이 0.456로 KBO리그 전체 1위. 강백호(KT 위즈·0.450) 이정후(키움 히어로즈·0.438)를 비롯해 리그 최고 타자들에 모두 앞섰다. 하지만 지난해 출루율이 0.390까지 떨어졌다.
하락한 수치도 수준급이지만 홍창기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부진의) 원인이라면 일단 부상이 있어서 경기(118경기)를 많이 못 나갔다. 밸런스가 조금 흐트러지면서 타율과 함께 출루율이 떨어졌던 거 같다"고 돌아봤다.
홍창기는 지난해 6월 내복사근(옆구리)을 다쳤다. 3~4주 전열에서 이탈한 뒤 타격감이 곤두박질쳤다. 전반기(64경기·0.315)와 후반기(54경기·0.246) 타율 차이가 컸던 이유다. 장타율은 물론이고 출루율(0.403→0.374)도 악화했다. 그는 "지난해 시범경기 때 워낙 컨디션이 좋아서 조금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복귀한 후에도 좋아지고 있을 때 부상을 당했다"며 "올해는 부상 방지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트레이닝 코치님들이 마사지나 관리를 잘해주신다. 보강 운동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건강한' 홍창기는 위력적이다. 올 시즌 첫 9경기에서 출루율 0.512를 기록했다. 리그 전체 4위. 개막 첫 3경기까지 8~9번 타자로 출전했지만, 4월 5일 고척 키움전부터 리드오프를 맡고 있다. 2번 타자 문성주와 함께 공격의 활로를 뚫어낸다.
홍창기는 "(하위 타순에 배치된 게)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건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마음으로 계속 경기를 뛰었다"며 "너무 출루를 생각하면 타격 포인트가 늦어지는 거 같았다. 더 적극적으로, 과감하게 치려고 하는 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다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LG 외야진은 KBO리그 정상급이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김현수와 박해민에 새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까지 외야수 경험이 풍부하다. 오스틴 영입에 따라 홍창기의 주 포지션은 우익수에서 좌익수로 바뀌었다. 그는 "우리 팀 외야는 항상 경쟁이었다. 좌익수로 적응해야 해서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 레프트(좌익수) 경험이 많은 현수 형에게 물어보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창기가 머릿속에 그리는 '기본 출루율'은 어느 수준일까. 그는 "3할 8푼이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이상을 유지하면 좋을 거 같다"며 "올 시즌에는 진짜 안 아픈 게 가장 큰 목표다. 개인 성적이 좋으면 좋겠지만 팀 성적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컨디션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럴 때 조심해야 할 거 같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