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열린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시즌 첫 맞대결은 실책성 수비와 빈타가 이어지는 졸전이었다. 승리(스코어 5-4)한 한화도 웃을 수 없는 경기였다.
12일 2차전은 흥미를 자아내는 관전 포인트가 꽤 많았다.
일단 한화 2년 차 투수 문동주의 등판과 호투. 그는 광주 진흥고 출신이다. 2021년 당시 가장 뛰어난 고교 투수로 인정받았지만, KIA는 1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연고 지역 다른 선수 김도영을 지명했다.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는 계속 등장하지만, '5툴 플레이어' 잠재력을 갖춘 내야수는 희소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 선택은 당장 판단할 수 없을 것 같다. 분명한 건 데뷔 시즌(2022)보다 한 단계 성장한 문동주가 처음으로 KIA전, 그것도 광주 원정에 등판한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문동주는 투수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기록을 세웠다. 1회 말 2번 타자 박찬호와의 승부에서 던진 3구째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시속 160.1㎞/h를 기록하며 역대 KBO리그 국내 투수 최고 구속을 경신한 것. 종전 기록은 2012년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최대성이 세운 158.7㎞/h였다. 문동주는 2회 이우성에게 적시타를 맞고 2점을 내줬지만, 6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호투하며 데뷔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까지 해냈다.
그런 문동주보다 KIA 선발 투수 숀 앤더슨은 더 잘 던졌다. 7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전날 홈런을 치는 등 리그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던 채은성과의 승부에서 3번 모두 범타를 유도했다. 마찬가지로 타격감이 좋았던 김태연과 김인환도 삼진을 곁들어 완전히 봉쇄했다.
지난겨울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투수 한승혁(한화)과 타자 변우혁(KIA)의 맞대결도 성사됐다. 한승혁은 한화 2번째 투수로 7회 말 나섰고, 변우혁은 선두 타자로 타석에 섰다.
한승혁은 투구 전 모자를 벗은 뒤 1·3루 쪽 응원석을 향해 차례로 인사했다. 그는 10년 동안 '호랑이 군단' 일원으로 뛰었고, 잠재력을 발산하지 못한 아픈 손가락이었다. KIA팬은 큰 박수로 한승혁을 반겼다.
변우혁과의 승부는 한승혁이 이겼다. 한승혁도 리그 대표 강속구 투수. 시속 153㎞ 직구를 보여준 뒤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KIA는 모처럼 투수진의 힘으로 승리했다. 2-0으로 앞선 8회 초 수비에서 셋업맨 전상현이 무실점을 기록했고, 정해영도 2사 1·2루 위기를 이겨내며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KIA가 시즌 처음으로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