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년 차에 리그 대표 투수로 올라설 수 있는 자질을 증명했다. 문동주(20·한화 이글스)는 미래가 아닌 현재다.
문동주는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주중 3연전 2차전에 시즌 2번째 선발 등판을 가졌다. 1회부터 삼진 3개를 잡는 위력을 보여줬다. 2회 이우성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2점을 내줬지만, 이후 6회까지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경기 기록은 6이닝 3피안타 2볼넷 2실점.
문동주는 1회 말 2사 뒤 상대한 박찬호와의 승부에서 KBO리그 역대 국내 투수 최고 구속을 경신했다. 0볼-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160.1㎞/h가 나왔다. 최대성(은퇴)이 2012년 기록한 158.7㎞/h를 2위로 밀어내고, 국내 투수 최고 구속을 기록했다. 공식적으로 역대 최고의 파이어볼러가 된 것. 이날 문동주는 타선이 침묵하며 한화가 0-2로 진 탓에 패전 투수가 됐지만, 자신이 어떤 투수인지 증명했다.
경기 전 김종국 KIA 감독은 "구위는 (현재 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인) 안우진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2년 차 젊은 투수가 아닌 외국인 투수를 상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문동주의 성장세를 경계했다.
지난 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한화에 시즌 첫 승을 안겼던 문동주는 이날도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실점한 2회를 제외하면 그의 공은 '언터처블'이었다.
2022 1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은 그는 지난 시즌은 팔 부상으로 14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올 시즌은 고교 최대어 투수로 불리며 인정받은 잠재력을 드러냈다. 깔끔한 투구 폼으로 무리하지 않는 밸런스로 그런 강속구를 뿌려 더 놀라움을 주고 있다.
현재 국내 투수 중 구위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선발 투수는 안우진이다. 지난 시즌 탈삼진(224개)과 평균자책점(2.11) 1위에 오른 투수다. 그도 150㎞/h대 후반 강속구를 뿌린다. 역대 국내 투수 최고 구속 2위(158.4㎞/h)도 그가 올라 있었다.
문동주가 안우진을 위협하고 있다. 김종국 감독의 말처럼 말이다. 다른 팀 사령탑들 생각도 비슷할 것 같다. 안우진의 데뷔 2년 차 시즌을 돌아보면 문동주의 성장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국제 경쟁력 저하로 숙제가 쌓인 한국야구. 오타니 쇼헤이, 사사키 로키,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한 일본을 부러워했다. 문동주가 자존심을 지켜줄 선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뒤 문동주는 "오늘 기록한 구속은 비시즌과 캠프 기간 몸을 잘 만들었고, 현재 컨디션이 좋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160km/h는 아무나 기록할 수 없는 기록이니, 앞으로 등판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강점(구속)을 잘 이용해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하게 피칭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