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봄, 거인 군단의 영웅은 나균안(25·롯데 자이언츠)이다. 지난해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117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는 동안 3승(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을 올린 그는 올 시즌 벌써 2승을 기록 중이다.
두 번 모두 의미 있는 승리였다. 나균안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 6과 3분의 2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롯데의 시즌 첫 승을 책임졌다. 다음 등판이었던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는 7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5-3 승리를 이끌었다. 홈 개막 시리즈에서 두 경기를 먼저 내준 롯데는 나균안의 호투 덕분에 시즌 첫 홈 경기 승리를 올렸다.
조아제약과 본지는 4월 첫째 주 주간 MVP(최우수선수)로 나균안을 선정했다. 이 기간 그는 다승(2승)과 평균자책점(0.00) 공동 1위, 투구 이닝 2위를 기록했다. 나균안은 "프로 입단 후 이런 상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얼떨떨하다"며 "야구를 잘하는 선수만 받는 상인 줄 알았는데, 나도 받게 돼 영광"이라며 기뻐했다.
나균안은 롯데의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개막 후 11일까지 나균안을 제외한 롯데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6.04에 이른다. 그는 "팀이 부진해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승리에 보탬이 됐다.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나균안은 롯데 선발 중 가장 마지막으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댄 스트레일리-찰리 반즈-박세웅-한현희까지 선발 4명이 미리 정해진 터였고, 김진욱·서준원(방출)과 경쟁에서 이겼다. 그리고 개막 두 번째 경기 선발 통보를 받았다. 나균안은 "코치진으로부터 이를 전해 듣고 너무 얼떨떨했다. 두 번 다시 얻지 못할 기회일 수 있겠다 싶더라. 남들보다 더 많이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나균안은 생존을 위해 이 악물고 마운드에 오른다.
그는 2017년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입단한 포수 유망주였다. 강민호를 삼성 라이온즈로 떠나보낸 롯데가 차세대 주전 포수로 여길 정도였다. 하지만 포수의 기본인 수비는 물론 타격(416타석 타율 0.123)에서도 아쉬움이 컸다. 나균안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했다.
2020년 스프링캠프서 손목 유구골 골절로 재활하던 중 성민규 롯데 단장의 제안으로 투수 전향을 시도했다. 나종덕에서 나균안으로 개명까지 했다. 대성공이었다.
그는 "포수로 뛸 때 많이 힘들었다. 야구가 마음대로 안 되더라. 10년 넘게 착용한 포수 장비를 내려놓고 포지션을 바꾸는 건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고 돌아봤다. 나균안은 "독기를 품었다. 마음가짐이나 자세가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잦은 등판으로 나균안은 '또균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많은 기회를 얻었고, 팬들이 (내 건강을) 생각해 주신다는 의미"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포수로서 힘든 시절을 떠올리면 벤치의 믿음과 팬들의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인지 그는 절감하고 있다.
나균안은 포지션 전향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짧은 기간에 6개 구종을 습득했다. 코치와 동료들이 놀랄 정도였다. 오히려 '구종 교통정리'를 위해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과감히 버렸다. 지난해 9이닝당 탈삼진은 9.41개.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탈삼진왕에 오른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10.2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올 시즌은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지난해 8월 이후 9차례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33으로 합격점을 받은 그는 올해 두 경기 모두 무자책점 투구를 했다. 지난 2일 두산전에서 개인 첫 세 자릿수 투구를 했고, 9일에는 83개의 공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지난해엔 투구 수가 늘어나면 힘이 떨어졌는데 올해는 체력적인 부분에서 많이 준비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