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는 롯데그룹의 ‘베스트셀러’다. 가장 잘 하고 있고, 가장 자신 있는 분야라 할 수 있다. 이런 롯데의 푸드 경쟁력은 그룹의 식품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롯데중앙연구소에서 비롯됐다. 가장 잘 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는 롯데는 최근 ‘푸드테크’에 공들이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오픈한 ‘푸드테크밸리’에서 담당자들과 함께 롯데의 미래 먹거리 계획을 들여다봤다.
신동빈 강조, 푸드테크 오픈 이노베이션 ‘핵심 기지’
롯데는 올해 식품 연구개발 조직을 대폭 개편했다. 기존 5부문 1센터 25개팀에서 9개 부문 2센터 43개팀으로 개편했고, 예산을 700억원대로 늘리며 신사업 연구개발에 힘을 주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조직을 개편하고 투자액을 늘려 헬스&웰리스 등 새로운 먹거리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푸드테크’ 분야 강화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신동빈 회장은 2019년 스타트업 강국인 이스라엘을 다녀온 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중앙연구소의 김다혜 오픈이노베이션&커넥션팀 팀장은 “이스라엘에 다녀온 뒤 ‘외부의 새로운 시각을 활용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새로운 기회를 찾자’는 신동빈 회장의 주문이 있었다”며 “그동안 롯데벤처스에서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갔고, 이후 푸드테크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맞춰 롯데중앙연구소도 폐쇄적인 이미지에서 개방형으로 바뀌었다. 사실 롯데중앙연구소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롯데의 식품 전진기지다. 일부는 롯데인재개발원을 롯데중앙연구소로 착각하기도 한다.
김다혜 팀장은 “롯데의 식품 계열사들의 연구개발 담당들이 모여 신제품 개발, 품질관리, 위생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업무를 한다”며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마트 등 식품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푸드테크밸리처럼 롯데의 자원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며 롯데중앙연구소의 역할을 소개했다.
롯데는 푸드테크밸리를 ‘실리콘밸리’처럼 푸드테크를 양성하자는 기지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마곡동 사옥에 식품사업의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공유 오피스인 푸드테크밸리를 오픈했다. 다시 말해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김다혜 팀장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성장이 롯데의 성장 기회라고 생각하며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며 “푸드테크를 통해 대체식품, 대체소재, 고차원적인 제품 등을 발굴해서 헬스&웰니스 분야에 접목한다는 그룹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푸드테크’에 대해서는 푸드테크밸리에 입주한 이성준 팡세 대표이사가 소개를 했다. 팡세는 프리미엄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프린팅 기술 전문기업이다.
이성준 대표는 “기존 푸드에 혁신의 요소가 가미된 분야”라며 “기존에는 성분을 분석하고 재조합을 하는 정도였다면 푸드테크는 IT와 바이오, 나노기술 등이 결합돼 기존의 연구개발을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다혜 팀장도 “푸드테크는 산업의 틀을 바꿀만한 기술을 의미한다”며 “기존의 식품 산업이 제조업과 유통업에 머물렀다면 이제 다양한 분야와 조합이 가능하다. 식품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푸드 강자’ 롯데, 시장 관점의 실질적 협업 모델 강점
푸드테크밸리에는 현재 롯데벤처스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미래식단’ 1, 2기 기업 중 6개사가 입주해있다. 푸드테크가 각광받고 있는 만큼 점점 더 규모를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신성장 동력 발굴과 관련해 예산도 대폭 늘어난 만큼 기존의 내향형 오픈 이노베이션이 아닌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롯데가 혁신의 시드가 되자는 마음”이라며 “푸드테크의 핵심 기업들이 다 모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초기이다 보니 협업 모델을 개발 중이고, 멘토링을 하면서 다양한 부서와 교류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는 만큼 좋은 모델이 나올 것 같다”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소개했다.
롯데가 ‘푸드 강자’이다 보니 다른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식품업계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롯데만의 인프라가 특히 강점이다. 오픈이노베이션&커넥션팀은 총 5명 중 4명이 모두 연구원 출신이다.
이성준 대표는 “다른 대기업들은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스타트업에 접근하거나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롯데는 연구집단이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구원들은 연구와 사업화를 다해본 경험자들이라 스타트업 입장에서 배우는 점이 상당히 많다”며 “연구원들은 깊게 들어가 제품에 대한 방향성까지 제시해줘서 실질적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멘탈케어와 소비자감성센터 활용까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롯데만의 프로그램이 있다.
이 대표는 “창업 이후 8년 동안 엑셀러레이터들을 만나봤지만 멘털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한 곳은 롯데가 처음이었다”며 “창업자들은 불안감과 외로움을 감내해야 하는데 멘탈케어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 롯데가 실질적인 도움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고 고마워했다.
시장 관점에서 스타트업에 다양한 조언을 하고, 소비자감성센터와 같은 시설 지원도 연계하고 있다.
김 팀장은 “소비자감성센터의 다양한 패널들을 통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며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 관점’과 연계해 기술 스타트업에게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중앙연구소의 400명 안팎의 직원 중 연구원만 300명 정도다”며 “연구원의 수준이 높고 솔직한 평가를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과제를 하나씩 클리어해 나가면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푸드테크밸리의 강점에 힘을 줬다.
롯데는 푸드테크 분야에서 신사업 전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소비자에게 친숙하다는 ‘무기’를 바탕으로 미래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김다혜 팀장은 “롯데는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 어렸을 때부터 롯데의 제품을 먹고 자란 소비자가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미래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푸드테크 해당 분야의 스타트업들과의 점진적인 협업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