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가 번뜩일 때마다 삼성 라이온즈 더그아웃은 반짝인다. 홈런 세리머니 때마다 등장하는 ‘쇼미 더 삼성’ 목걸이 때문이다.
올 시즌 삼성의 홈런 세리머니는 특별하다.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선수에게 특별한 목걸이를 걸어주는데, 큼지막한 체인에 ‘SL’ 구단 로고가 달려있다. 이른바 갱스터(Gangster) 목걸이가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힙합 프로그램 ‘쇼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가 연상되는 모양 때문에 팬들은 이걸 ‘쇼미 더 삼성’ 목걸이라 부른다.
이 목걸이와 세리머니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팬과 구단 프런트, 선수 등 삼위일체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목걸이는 팀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상품이었으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KBO리그 미디어데이 행사에 원태인과 오재일이 이 목걸이를 차고 나와 화제가 됐다. 구단 ‘팬 크리에이터’가 목걸이를 활용하자고 제안했고, 홍보팀이 팬의 제안을 수용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재조명을 받았다.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주장 오재일은 생각보다 큰 목걸이의 크기에 당황하면서도 “팬들이 원하는 거라면 해야 한다”라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목걸이를 착용했다. 더 나아가 원태인은 목걸이의 강렬한 느낌을 강조하자며 “홈런 세리머니에 쓰자”는 아이디어까지 냈다. 팬의 아이디어를 선수가 수용하면서 특별한 세리머니가 만들어졌다.
파급력은 상당했다. 팀 스토어의 목걸이 판매량이 크게 급증해 1000개가 넘는 재고가 전부 팔렸다는 후문. 해당 목걸이 가격은 2만원으로 제법 고가에 속하는 상품이다. 프런트와 선수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팬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해 구단 및 선수의 홍보로 만들어진 합작품이었다는 점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팬 크리에이터는 물론, 원태인에게도 어떻게든 보답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후 삼성 선수들은 시즌 중 해당 목걸이와 세리머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일 강민호의 홈런포를 시작으로 13일까지 11개의 홈런이 나오는 동안 어김없이 이 목걸이가 등장했다. 목걸이의 개수에도 의미가 있다. 솔로홈런을 치면 1개, 만루포를 쏘아 올리면 4개의 목걸이가 홈런 타자에게 주어진다. 아직 4개를 한꺼번에 목에 건 선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만루홈런을 대비해 삼성 더그아웃에는 항상 4개의 목걸이가 마련돼있다.
현재 삼성은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 하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홈런 한 방으로 분위기를 수차례 반전시키며 삼성팬들을 열광하게 하고 있다. 덩달아 ‘쇼미 더 삼성’ 목걸이도 반짝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