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특화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27개 작품을 공개했다. 드라마 부문은 총 17개 작품이 선정됐는데, 이 중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만 5개다. 드라마 작품 3개 중 1개가 웹툰 IP에서 시작된 것이다.
국내 콘텐츠 산업 IP는 웹툰과 웹소설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웹툰·웹소설에서 성공한 작품을 영상화했을 때 기존 팬덤은 확보하고 추가 시청층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쉽게 도전하지 않은 소재와 장르도 웹툰에서 인기를 모은 작품은 과감하게 영상화되기도 했다.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크리처물(‘지옥’, ‘스위트홈’ 등)은 물론 동성애를 다룬 BL물(‘시멘틱 에러’, ‘비의도적 연애담’)까지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하지만 웹툰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알려진 ‘로맨스 판타지’ 장르는 유독 영상화되지 않고 있다. 2022 만화포럼의 보고서 ‘주요 플랫폼 연재작을 통해 본 웹툰 장르 다양성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 등 주요 플랫폼에서 나온 신작 웹툰은 ‘로맨스 판타지’ 장르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현재 플랫폼 별로 네이버웹툰 ‘재혼황후’, 카카오페이지 ‘왕의 딸로 태어났다 합니다’, 리디북스 ‘상수리나무 아래’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두터운 팬층과 대중성에도 유독 영상화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서 자주 언급되는 회귀, 빙의, 환생 세 가지 소재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올해 tvN에서 방영한 ‘성스러운 아이돌’은 모두 ‘빙의’를 소재로 한 드라마였다.
제작사 관계자들은 ‘제작비’와 ‘한국 정서’를 이유로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작사 관계자는 “웹툰 원작으로 제작되는 영화나 드라마는 대부분 국내 로케이션에서 촬영이 가능한 작품”이라며 “국내에서 대작으로 꼽히는 드라마도 300억~400억원을 투입해 만든다. 로맨스 판타지 배경이라면 국내 제작환경 상 제작비 감당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아직 국내 시청층 정서상 로맨스 판타지 장르가 영상화됐을 때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머리카락 색도 총천연색인데 그런 것이 영상화되면 높은 현실성을 따지는 국내 시청층 정서와는 맞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문화를 소비하는 계층이 분리된 점을 짚었다. 김헌식 평론가는 “웹소설, 웹툰 콘텐츠는 문화 코드와 콘텐츠 로직을 알고 있기 때문에 환상성이 강해도 그 자체를 즐긴다”며 “하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판타지 세계관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몰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판타지 장르가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시각 기술의 발전으로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리얼리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며 “영상화 했을 때 간극 때문에 국내 시청자들은 황당해 할 수도 있다. 마니아층은 좋아하겠지만 극히 소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