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강한 타구가 실종됐다.
25일(한국시간) 기준으로 김하성의 타율은 0.194(72타수 14안타)이다. 출루율(0.275)과 장타율(0.333)을 합한 OPS가 0.608.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150위권 밖이다. 2021년 빅리그 진출 후 시즌 출발이 가장 좋지 않다. 최근 7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타율이 0.048(21타수 1안타)까지 더 떨어진다.
눈여겨볼 부문은 HardHit%(강한 타구 비율)이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김하성은 95마일(152.9㎞/h) 이상의 빠른 타구인 HardHit%가 19.6%로 리그 최저 2%에 해당한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31.8%와 32.4%였던 수치가 크게 하락했다. 강한 타구가 줄어든 탓에 김하성의 올해 평균 타구 속도는 전년 대비 2마일(3.22㎞/h) 감소한 84.7마일(136.3㎞/h)로 리그 최저 5% 수준이다.
흥미로운 건 발사각이다. 김하성의 평균 타구 발사각은 빅리그 진출 후 가장 높은 17.9도. 2021년 13.6도, 지난해 16.1도에서 더 상승했다. 의도적으로 공을 띄우려는 경향이 있는데 강한 타구가 줄어 라인드라이브 비율은 개인 최저 21.6%(2022년 25.9%)까지 떨어졌다. 빠른 속도로 내야를 통과하지 못하니 타구가 대부분 야수에 걸린다.
그렇다면 불운했을까. 김하성의 기대타율(expected Batting Average, xBA)은 0.183이다. 기대타율은 타구 속도와 발사각 등을 고려해 타구의 안타 확률을 계산한 수치. 보통 기대타율이 시즌 타율보다 높으면 운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김하성은 그 반대다. 기대타율이 시즌 타율보다 더 낮다. 그만큼 운이 따랐다.
김하성이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빠른 공 대처다. 지난해 타율 0.264를 기록한 패스트볼 타율이 0.083으로 급락했다. 패스트볼 헛스윙 비율은 전년 대비 5.5%포인트(p) 오른 22.8%. 브레이킹볼 대처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지만, 기본이 되는 빠른 공 대처가 흔들리면서 전체 타격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지난해 김하성은 배트를 강하게 돌리지만 스윙 폭을 약간 줄여 짧게 끊어서 친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다시 예전처럼 스윙을 크게 해서 걱정됐다. 큰 걸 치겠다는 욕심이 있었던 거 같은데 올해 초반에도 그런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시즌 첫 9경기(35타석)에서 홈런 2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13경기(46타석)에서 홈런이 없다. 송 위원은 "홈런이 시즌 초반에 나왔는데 그게 오히려 (스윙을 더 크게 만드는) 독이 된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지난해에도 김하성은 부진했을 때 스윙을 수정했다. 현재 샌디에이고에는 홈런 타자가 너무 많은데 수비 능력을 인정받는 김하성이니까 자기 역할(콘택트)이 뭔지 잘 파악해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