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이동을 위해 택시에 탑승한 기자에게 택시기사가 건넨 첫 마디는 ‘이승엽’이었다. 대구 토박이로서 오랫동안 삼성 야구를 봐왔다는 그는 ‘두목곰’ 이승엽의 귀환이 섭섭하다고 하면서도 ‘라이언킹’ 이승엽의 귀환이 반갑다며 15분 내내 이승엽 감독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26일 대구 두산 베어스-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둔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사람이 이승엽의 이름과 등번호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았고, 우측 외야에 위치한 이승엽 벽화 앞에서도 많은 사람이 몰려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외야엔 이승엽 감독을 향한 특별한 ‘선물’이 진열되기도 했다. 20장(27개)이 넘는 ‘36번 이승엽’의 유니폼이 일렬로 늘어서 바람에 나부꼈다. 전상수(30)씨는 경기도 평택에서부터 이 많은 유니폼을 들고 와 이승엽 감독의 특별한 귀환을 축하했다.
“처음엔 믿기지가 않았다. 이승엽 감독님은 항상 삼성 사람인 줄 알았다”라며 전설의 두산 이적을 아쉬워한 전상수 씨는 “(이승엽 감독에게) ‘고향에 오신 걸 환영한다, 당신의 발걸음이 이렇게나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비록 이제는 다른 팀이지만 잘 되셔서 국가대표 감독도 하시고 나중엔 삼성 라이온즈 감독도 되셨으면 좋겠다”라며 격려의 메시지를 건넸다.
전상수 씨를 비롯한 다른 팬들도 이승엽 감독이 언젠간 다시 삼성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한 팬은 “대구 사람들은 이승엽 감독과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승엽 감독의 모습이 어색하지만, 언젠간 저 벽화처럼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고 대구에 돌아올 날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라고 이야기했다.
팬들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특별한 감정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승엽 감독처럼 대구에서 나고 자란 삼성의 ‘예비 프랜차이즈 스타’ 원태인은 “라이온즈 팬으로 자라다보니 이승엽 감독님이 다른 팀 유니폼을 입으신 걸 보고 싶지 않다. 묘한 감정이 든다”라고 이야기했다. ‘포스트 이승엽’이라 불렸던 구자욱 역시 “감독님이 되신 모습을 보니 낯설다. 이승엽 감독님이 이끄시는 팀을 상대하는 것이 특별하다.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