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와 FC서울의 경기 막판 채상협 심판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은 결국 ‘오심’으로 결론 났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울이 감당해야 한다. 날아간 승점 1점은 그동안 K리그 우승팀이나 강등팀 등의 운명을 갈랐던 승점이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심판평가소위원회는 27일 온라인 회의를 통해 채상협 심판의 강원전 판정이 잘못된 판정이었다고 만장일치 결론을 내렸다. 김진야의 홀딩 파울을 선언한 것 자체도 파울이고, 섣부른 휘슬로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정확한 판정을 내리지 못한 것도 잘못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명백한 오심이었다는 의미다.
채상협 주심은 지난 26일 강원과 서울의 K리그1 9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막판 석연찮은 판정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2-3으로 뒤지고 있던 서울의 마지막 공격 기회, 서울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기 바로 직전에 김진야(서울)의 파울을 지적하는 휘슬을 분 것이다. 김진야가 서민우(강원)를 손으로 잡아채 넘어뜨렸다는 게 채 주심의 판단이었다.
문제는 다른 각도 영상 등에서는 서민우는 김진야가 아닌 팀 동료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는 점이다. 김진야는 서민우가 넘어지는 과정에 조금도 관여하지 않았다. 심판평가소위원회가 채 주심의 파울 선언을 명백한 오심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김진야도 자신의 파울이 선언되자 주심에게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이미 휘슬이 불린 판정은 번복될 수 없었다. VAR 심판실과 교신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으나, 파울은 애초에 VAR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애초에 채 주심이 김진야의 파울이 잘못된 판정이었음을 스스로 정정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서민우가 넘어진 뒤 팔로세비치가 슈팅하는 타이밍이 아니라, 팔로세비치의 슈팅이 골망을 흔든 뒤 휘슬을 불었다면 서민우가 넘어지는 장면을 포함한 여러 상황들을 VAR 리뷰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VAR 대상이 아닌 파울을 먼저 선언하는 바람에 이후 득점 장면은 없던 일이 됐다. 섣부른 휘슬 탓에 VAR 리뷰 자체가 불가능했던 셈이다.
논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건 ‘왜 하필’ 슈팅 순간에, 그것도 ‘다급하게’ 휘슬을 불었는지였다. 득점이 충분히 나올 만한 슈팅 타이밍, 그래서 VAR을 통해 더 정밀한 판정이 가능한 순간에 굳이 경기를 급하게 중단시킬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이었다 보니 팬들 사이에선 불필요한 오해까지도 쌓이는 분위기다.
심판평가소위원회도 김진야의 파울 선언, 그리고 VAR 프로토콜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 모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오는 주말 채 심판의 K리그1 경기 배정도 긴급 취소했다. 추가적인 행정 조치나 징계 등은 다음 주 심판평가소위원회를 통해 다시 논의키로 했다.
‘대형 오심’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서울 구단과 팬들이 안고 갈 수밖에 없게 됐다. 정상적인 판정이 나왔다면 극적인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명백한 오심으로 인해 1점은 고스란히 사라졌다. 시즌 막바지 승점 1점의 가치가 얼마나 컸는지를 돌아보면 서울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심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여파가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당장 지난해 강원과 수원FC의 파이널 A·B그룹을 나눈 격차는 승점 1점이었다. 2021년 성남FC의 1부 잔류, 강원의 승강 플레이오프(PO) 추락 운명을 가른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9년엔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가 승점까지 동률을 이룬 뒤 다득점에서 우승팀이 갈렸다. 매 시즌 각 팀들의 운명을 승점 1점이 좌우한 셈이다.
이번 오심으로 날아간 승점 1점이 향후 서울에 어느 정도의 후폭풍을 몰고 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른 심판들이 그랬듯 채 심판도 조만간 슬그머니 그라운드로 돌아오겠지만, 그 여파는 시즌 내내 서울 구단과 팬들이 오롯이 감수해야 한다. 다른 구단이나 팬들도 이번 논란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건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컸던 K리그 심판들을 향한 불신만 '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