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5선발 오디션'이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경쟁 투수 두 명 다 5선발로 차고 넘치는 활약을 펼쳤지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원정 경기에 앞서 "딜런 파일(27)은 별 문제없다. 그래서 다음 주, 5월 4일에 던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딜런은 앞서 호주 스프링캠프 때 라이브 투구 중 타구를 맞고 골타박 증상을 입으며 장기간 휴식을 취했다. 다행히 차도가 있었고 4월 중순부터는 불펜 피칭으로 투구 수를 늘렸다. 20일 연천 미라클과 연습경기 등판을 시작으로 실전감각을 잡은 그는 27일 KIA 타이거즈와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서 4이닝 소화에 성공하며 예열을 마무리했다.
딜런은 기대치가 낮지 않은 투수다. 스프링캠프에서 이미 시속 147㎞를 기록했다. 현재 구속되 최고 시속 150㎞에 육박한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오히려 변화구가 주 무기일 정도로 투구 완성도가 높다.
당초 두산은 시즌 전 라울 알칸타라-딜런-최원준-곽빈을 4선발로 계획했다. 지난 3년 동안 검증된 최원준, 2020년 20승을 달성한 알칸타라, 그리고 지난해 후반기 활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선발로 두산의 에이스로 자리잡기 시작한 곽빈까지 세 사람은 상수가 됐다.
이들의 뒤를 받칠 5선발이 스프링캠프 과제였다. 당시 최승용과 김동주, 박신지가 경쟁했는데 딜런이 부상당하며 4선발까지 채우게 됐다. 1군 선발 경험이 많은 최승용이 먼저 주목을 받았고, 이어 구위가 좋은 김동주가 5선발에 합류했다.
정규시즌이 한 달 가량 지난 시점에서 우세한 건 김동주다. 김동주는 29일 기준 선발 4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 중이다. 6이닝 2회를 포함해 4경기 22이닝으로 평균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탈삼진 21개도 수준급이다. 빠른 공에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두루 던져 씩씩하게 1군 타자들을 잡아내고 있다.
김동주에 앞서 2021년부터 김태형 전 감독에게도 주목받은 최승용은 이보다 조금 주춤하다. 최승용은 5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6.17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시즌 전체 성적만 볼 수는 없다. 최승용은 선발 첫 경기에서 8실점하며 무너졌지만, 이후 4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3.32로 수준급 투구를 펼쳤다.
다만 완벽하진 않다. 6이닝 등판이 28일 경기가 처음이었고,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22일 경기를 제외하면 흠 없는 투구는 아니었다. 28일 경기에서도 자책점은 3점이었으나 비자책점이 나온 이유가 본인 실책이었다. 이날 최승용은 4회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또 투수 땅볼을 유도한 후 홈으로 토스를 높이 던지며 2실점을 추가로 기록했다.
이승엽 감독은 딜런 복귀일이 다가오는데도 5선발이 누군지 확정하지 않았다. 그는 28일 경기 전 "김동주가 지난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이어 2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2경기 연속 잘 던졌다. 승리 요건을 채웠는데 두 경기 연속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해 아쉽다. 이렇게 많이 던지는게 1군에서 처음인데, 생각 외로 잘 던져주고 있어 아주 감사하다"며 "(딜런 합류 후 불펜 이동 여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성적이 앞서는 김동주를 선발로 기용하겠다고 확언하지 않았다.
파일의 복귀까지 선발 투수가 등판할 경기는 딱 4경기가 남았다. 상위 선발 3인이 등판한 후 1경기만 남고, 그날 등판하는 이가 5선발 '생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동주라면 5일 휴식, 최승용이라면 4일 휴식 후 등판이다. 이승엽 감독은 과연 결심을 마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