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불과 열흘 만에 전혀 다른 팀이 됐다. 기대 요소가 모두 작용했다. 가장 중요한 건 아직 완전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KIA는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12-8로 신승을 거뒀다. 동점과 역전을 반복하는 박빙 승부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8-5로 앞선 8회 말 수비에서 동점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고 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빅이닝(4득점)을 만들었다. 버티는 힘, 이기는 힘이 생겼다.
KIA는 4월 21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이날 LG전까지 9경기에서 8승(1패)을 거뒀다. 이전 14경기에서 4승 10패로 리그 최하위(10위)까지 떨어졌지만, 파죽지세 속에 5할 승률을 회복했고, 어느새 5위까지 올라섰다. 1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는 2.5경기다.
상승세를 탄 최근 9경기에서 KIA는 투타 조화가 돋보였다. 팀 평균자책점(2.93)과 타율(0.255)이 다른 9개 구단에 비해 압도적인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매 경기 새로운 히어로가 나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전 7경기에서 6패(1승)를 당한 채 맞이한 삼성과의 4월 20일 홈 3연전 1차전. 9회 초까지 2-4로 리드를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이창진이 좌전 안타,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볼넷을 출루하며 만든 기회에서 최형우가 이승현을 상대로 좌월 끝내기 3점 홈런을 쳤다. 바로 이어진 21일 2차전에선 에이스 양현종이 5이닝 1실점으로 승리 발판을 만든 뒤 불펜진이 남은 4이닝을 1실점을 막아내며 6-2로 이겼다. 양현종은 역대 3번째로 통산 160승을 거뒀다. 3차전에서도 5-1로 앞선 7회 초 수비에서 2실점하며 추격을 허용했지만, 최형우가 오승환을 상대로 달아나는 솔로 홈런을 쳤고, 5-3으로 이겼다. 투·타 베테랑들이 2023시즌 첫 시리즈 스윕(3연전 전승)을 이끌었다.
4월 25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4월 평균자책점 1위(0.47)에 오르게 되는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를 공략하지 못하며 0-6으로 졌다. 하지만 이어진 2차전에서 이전 3경기에서 부진했던 아도니스 메디나가 8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하며 6-0 승리를 이끌었고, 프로 무대의 벽을 실감했던 신인 윤영철이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반등한 3차전에서는 7회 말 5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5-0으로 2경기 연속 실점 없이 승리했다.
상승세 속에 만난 리그 2위 LG와의 4월 29일 주말 3연전 1차전에서는 연장 11회 승부 끝에 이창진의 희생플라이로 리드를 잡은 뒤 4-3으로 승리했고, 2차전에서는 1선발 숀 앤더슨의 호투, 부진했던 황대인의 투런포, 쇄기를 박는 김규성의 홈스틸까지 앙상블을 이기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30일 3차전까지 잡은 KIA는 2017년 7월 30일부터 치른 3연전에서 해낸 뒤 2129일 만에 잠실 원정 스윕승을 해냈다.
타선 침체, 뒷문 불안, 개별 장타력 저하 등 시즌 초반 불안 요인을 모두 털어낸 게 고무적이다. 불펜진은 안정감이 생겼고, 화력도 뜨겁다. 메디나도 NC전에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부진했던 소크라테스도 30일 LG전 9회 초 타석에서 쐐기 홈런을 치며 반등했다.
나성범과 김도영, 팀 주축 타자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이룬 성과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두 선수가 돌아오면 더 강한 화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두 선수 모두 회복이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6월 초 군 복무를 마치는 ‘5툴 플레이어’ 최원준도 합류한다.
올 시즌 KIA는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다. 개막 2주 차까지 부진하며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개막 직전 단장이 사퇴하고, 주축 선수 부상으로 100%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상 궤도에 오르는 힘을 보여줬다. 물론 김종국 감독 이하 코칭 스태프의 관리 능력도 빼놓을 수 없는 힘이다.
KIA는 지난 시즌(2022) 5월 팀 승률 1위(0.692·18승 8패)를 기록했다. 예열을 마친 KIA가 이제 더 높은 순위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