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사 중 가장 많은 통신 케이블을 보유한 KT에게 단선 사고는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숙제다. 620개 순찰조가 일평균 150㎞를 주행하며 순회 점검을 한다. 연간 지구 250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다. 주의 표지판은 매년 2만개를 새로 꽂거나 교체한다.
이런 노력에도 단선 사고의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KT는 공사 현장에도 디지털 전환 노하우를 녹여 서비스 안정화를 이끌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KT는 단선에 따른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고 예방 앱을 공사 현장에 시범 적용하고 건설 기계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KT는 통신 관로 약 14만8000㎞, 광케이블은 공중과 지하를 합쳐 약 92만㎞를 운용하고 있다. 통신 케이블은 인터넷과 전화 등 유선 서비스는 물론 무선 서비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통신 케이블은 땅 속이나 단자함, 건물 통신실에 설치돼 외력으로 끊어지는 상황은 흔하지 않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건축 및 토목 공사 시에는 굴착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지하 매설물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KT가 최근 2년간 사외공사 영향을 살펴본 결과 연간 평균 387건의 장애가 발생했다. 하루에 한 번 꼴이다. 이로 인해 2년 누적 1만여건의 고객 민원을 접수했다.
사고 원인 중 상·하수도 굴착과 도로공사 굴착, 신축 건물 터 파기·펜스 굴착 등 굴착 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로 압도적이었다.
이처럼 단선 사고를 야기하는 굴착기와 오거크레인은 전국에서 각각 17만대, 6000대가 등록된 상황이다. 오거크레인은 운행 대수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천공작업 과정에서 드릴에 광케이블이 감기면 피해 범위가 넓고 복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단선 사고가 나면 통신사뿐 아니라 건설사와 작업자의 피해도 크다.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통신 케이블 복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시설물은 영업 배상 책임 보험이 보장해 주지 않는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손해도 보게 된다.
통신이 끊기면 119와 112 등 긴급 통화와 소상공인 카드 결제가 막힌다. 금융 거래와 버스·기차 발권도 불가하다. 이 같은 서비스 장애 관련 비용은 온전히 KT가 부담하고 있다.
KT는 전국 단위로 모니터링 인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공사 정보의 정확도가 낮고, 현장의 디지털화도 이뤄지지 않아 단선 사고를 완벽하게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문찬 KT 충남충북광역본부 기술지원부 부장은 "37개 공사장을 방문해 봤더니 30%만 공사 정보를 알고 있던 사업장이었다. 70%는 깜깜이 공사장"이라며 "공사 정보상 기간이 종료했는데 막상 가보니 굴착 공사를 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KT는 사고 발생률을 낮추는 앱을 개발해 공사 현장에 도입했다.
'광케이블지킴이' 앱은 공사 현장 주변에 통신 케이블이 얼마나 가까이 매설돼 있는지 알려준다. 매설 현황을 잘 알고 있는 KT 선로 전문가를 바로 연결하는 기능도 갖췄다.
KT는 사단법인 건설기계개별연명사업자협의회(이하 건사협)와 업무협약을 맺고 앱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서문찬 부장은 "3000명 정도 앱을 다운로드했으며 일평균 500건 정도의 데이터 조회 요청이 들어온다. 사용률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송치영 건사협 총괄팀장은 "도면에 표시된 지장물의 위치가 변경되는 사례가 많다. 밑에 아무것도 없다는 보고를 받고 굴착 작업을 하는 순간 관로나 상·하수도를 건드는 경우도 있다"며 "위치가 정확하지 않아도 반경 몇 ㎞ 안에 관로가 있다는 정보는 큰 도움이 된다. 앱이 회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HD현대인프라코어·HD현대건설기계 등 건설 기계 제조사와도 협력하고 있다.
최근 2년 내 출시한 건설 기계는 대부분 텔레매틱스(무선통신)를 탑재했다. 텔레매틱스는 현재 위치와 성능, 기능, 부품 이상 등 기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렇게 수집한 건설 기계의 위치 정보와 OSP(외부통신시설) 관리 시스템의 통신 케이블 정보를 조합해 작업자가 매설 지역에 근접하면 주의 메시지를 준다.
작업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현장 특성을 반영해 건설 기계 조종석 디스플레이에 정보를 표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KT 관계자는 "지하 통신 케이블은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작업자들이 직관적으로 인식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방안으로 통신 케이블의 인식을 높이고 건축업자들이 더욱 안전하게 공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