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서 세 청년이 연달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 문제였던 ‘전세사기'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계기가 됐다. 전 국민이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사태를 주시하면서 국가와 정치권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전세사기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이고 악성적 사회문제다. 서민층 주거지원이라는 가면을 쓴 ‘전세대출 제도’는 은행들의 밥벌이를 도와주고 전세사기꾼들의 사기행위를 도와주는 수단이 됐다. 전세대출로 인한 주택 가격의 상승과 폭등은 서민층과 청년들의 내 집 마련마저 힘들게 만들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와 여당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경매 시 우선 매수권 부여, 우선 매수권 대위 행사를 통한 LH 공공매입, 긴급 저리 전세자금대출 지원이 주요 핵심 내용이다.
얼핏보면 상당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 대책의 결과를 예측해 보면 선순위 근저당 채권이 있는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떼인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다. 결국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거나 아예 전부 날리는 것을 전제로 다시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면서 거주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피해자 입장에서는 특별한 대책이 아니다.
야당은 공공매입을 통해 정부가 피해자의 보증금을 대신 돌려주자는 특별법을 발의했으나, 구체적 피해 대상의 범위와 피해 시기 특정 및 기존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자칫 국민 혈세를 이용한 포퓰리즘 대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물론 응급조치를 취하고 후에 전세사기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말은 이 시점에서 최선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야당 그 누구도 전세사기 사태의 근본적이고 아주 뿌리 깊은 근본적 암덩어리가 ‘전세대출 제도’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개입한 전세대출 확대와 정부가 보증하는 보증보험 제도가 전세 시장을 왜곡시키고 주택 가격 왜곡을 부추기고 갭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 정도이다.
정부가 국민의 아픔을 달래고 싶다면, 이 암덩어리 전세대출 제도의 심각한 문제점에 대해 앞으로 개혁 또는 폐지해야 한다.
헌법을 해석해 보면 전세보증금이라는 국민의 재산권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주택 시장의 매매·전세·월세의 안전한 거래를 위해 국가가 공인중개사라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했다. 국가가 이에 대한 책임도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공인중개사를 믿고 계약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대출 시 근저당 설정 및 대출 실행한 임차인 확인 등 애초에 법률과 제도가 완비되었다면 청년들의 재산권이 손해를 보고 좌절감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또 애초에 전세대출 제도가 없었다면 전세가격이 이렇게 폭등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국가의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일명 ‘법 전문가’, ‘법 기술자(?)’가 넘쳐나는 정치권 사람들이 재산권 보장에 대한 법률의 불안정성으로 서민층에서 이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1989년 임대차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날 당시의 법 개정도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법 조항이라는 점을 돌아보면, 작금의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국가와 법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대오각성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 명제 아래 이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