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출범 5년 만에 매출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1위 사업자인 대만 TSMC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지만, 조금씩 성과를 쌓아가며 메모리 반도체를 잇는 무기로 키우고 있다.
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의 지난해 매출은 208억 달러(약 27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5.6%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으로부터 위탁받아 반도체를 제조하는 것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2017년 5월 파운드리사업부를 출범해 첨단 공정기술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117억 달러와 비교해 매출이 2배 늘었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공정이 갈수록 미세화하면서 기술력도 요구한다. 이에 고객은 설계만 하고 생산은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추격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2022년 4분기 파운드리 시장 현황을 보면 TSMC가 점유율 58.5%로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2위 삼성전자는 15.8%로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늘었다. 1위와의 격차가 눈에 띄지만, 3~5위 UMC(대만)·글로벌 파운드리(미국)·SMIC(중국)가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나름 선전하고 있다.
현대 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반도체는 기업들의 필수 경쟁력으로 떠올랐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수요 악화로 업계는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올해 1분기 4조5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파운드리도 고객사 재고 증가로 주문이 감소했다.
정기봉 삼성전자 DS 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됐고, 그 여파가 주요 팹리스 및 세트 업체의 높은 재고로 나타나면서 실적이 큰 폭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존하는 최고의 소자 기술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를 적용한 3나노 1세대 공정은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 중이며, 2세대 공정 역시 차질 없이 개발 중"이라며 "하반기에는 선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HPC(고성능컴퓨팅)와 오토 중심으로 시황 회복을 기대한다"고 했다.
향후 TSMC를 잡고 파운드리 글로벌 톱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은 지난 4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강연에서 "파운드리는 TSMC가 우리보다 훨씬 잘한다"면서도 "2나노로 가면 TSMC도 GAA로 갈 텐데, 그때가 되면 같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