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선임된 심재학(51) KIA 타이거즈 신임 단장은 ‘팬 퍼스트’를 강조했다. 9일 공식 취임 인터뷰를 앞두고 말을 아끼면서도 “팬이 납득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최준영 야구단 대표이사와의 면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팬이라고 강조했다고.
경기력은 보통 선수단 구성이나 감독의 운영 능력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팬이 가장 원하는 건 야구단 내 구성원의 일탈 행위 없이, 프로 정신을 잃지 않고, 가능한 많이 이기는 것이다. 물론 이게 어렵다.
팬이 납득할 수 있는 야구를 실현하는 건 현장 선수와 지도자의 몫이다. 단장은 보통 선수 육성과 영입, 구성원에 구단 운영에 비전을 제시해 사기를 북돋우는 일을 한다.
단장이 역량을 발휘해 팬 퍼스트를 실현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현재 KIA는 포수 트레이드가 우선 과제다. 새 단장이 정해지자, 포수진의 약한 공격력에 아쉬움을 갖던 KIA팬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주전급 포수 2명을 보유한 삼성 라이온즈가 구체적인 협상 대상자로 거론되면서 말이다.
실제로 심 단장이 KIA팬에게 줄 수 있는 취임 기념 선물로 딱 알맞다. 그가 말한 팬들이 즐거운 일이 실현되는 것. 물론 일례다.
올 시즌 초반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시속 160.1㎞/h 강속구를 던지는 문동주(한화 이글스)다. 2년 차 투수가 현재 리그 넘버원으로 인정받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와 비견되고 있다.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서현도 있다. 그도 파이어볼러다.
신인 선수 지명은 스카우트들이 오랜 시간을 공을 들여 만든 보고서에 단장이 사인을 하며 결정된다. 아무리 안목이 뛰어난 베테랑 스카우트를 보유하고 있어도, 단장의 오판에 의해 특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를 놓친 구단도 있다.
모든 단장이 같은 입장이다. 실력과 매력을 모두 갖춘 신인 선수를 뽑거나, 팀 내 유망주의 체계적인 성장을 이끄는 게 야구팬을 즐겁게 만드는 기초 공사다. 심재학 단장 앞에 놓인 비교적 큰 숙제다.
방송사 해설위원 이력이 있는 야구인의 단장 부임이 이어지고 있다. 차명석 현 LG 트윈스 단장, 정민철 전 한화 이글스 단장, 양상문 전 LG 단장, 이숭용 전 KT 위즈 단장 등.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도 메이저리그(MLB) 구단 스카우트 이력이 더 주목받지만, 잠시 마이크를 잡았다.
KBO리그 대표 레전드 박용택·김태균도 현재 해설위원을 하고 있다. 선수 시절 각각 LG와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이들은 은퇴 뒤 현장에서 한 걸음을 떨어져 있길 바랐다. 그러면서도 다른 구단들의 운영을 어깨너머로 볼 수 있는 기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해설위원 활동은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게 경험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해설위원 시절이나 KBO(한국야구위원회) 자문위원 활동 등 그동안 심 단장의 행보를 돌아봤을 때 꽤 학구적인 야구인으로 보인다. 물론 10년 동안 코치를 맡아 현장 경험도 풍부하다.
야구인 심재학은 이제 코치나 해설위원, 기술위원이 아니다. 야구단 운영 부문 책임자다. 그동안 현장 안팎에서 쌓은 모든 경험을 팬 퍼스트를 위해 쏟아야 할 것 같다. 그 어려운 팬 퍼스트 실현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