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키움이 앞서고 있었다. 2-2 팽팽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던 7회 초 간판타자 이정후가 주자 2명을 두고 나섰고, 상대 셋업맨 이정용의 하이 패스트볼을 받아쳐 균형을 깨는 2타점 적시타를 쳤다. LG는 바로 이어진 7회 말 공격에서 중심 타선(김현수·오스틴 딘·오지환)이 나서고도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이날 경기 전 염경엽 LG 감독, 홍원기 키움 감독은 ‘승부처’를 두고 전략을 전했다. 염 감독은 최근 1군으로 콜업한 ‘거포 기대주’ 이재원을 중요할 때 대타로 쓰겠다고 했다. 홍 감독은 마무리 투수를 딱 정하지 않고, 가장 좋은 투수를 가장 중요한 시점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마무리 투수 김재웅이 9회 이전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였다.
8회 홍원기 감독이 먼저 움직였다. 리드를 잡자, 바로 김재웅을 올렸다. 하지만 LG 문보경이 그로부터 중전 안타를 때리며 추격 기회를 만들었다.
염경엽 감독은 이 상황에서 김민성 대신 이재원을 투입했다. 2점 지고 있던 상황. 한 방이 필요했다.
이 승부에서 김재웅이 이겼다. 불리한 볼카운트(2볼-0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직구로 내야 뜬공을 유도했다. 키움 내야진은 공을 고의로 놓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떨어뜨린 공을 잡아 2루에 송구, 1루 주자였던 문성주를 잡았다.
염경엽 감독은 바로 주자를 정주현으로 교체했다. 어차피 9회 초 수비에 투입할 선수였다.
투수 교체·대타 투입·대주자 투입. 사령탑들의 용병술 대결이 이어지고 있던 상황. 조금 불리했던 건 LG였다. 하지만 박동원이 있었다. 7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홈런 2개를 치며 11-1 대승을 이끌었던 선수. 이 경기 전까지 리그 홈런 1위(7개)를 지키고 있었다.
박동원은 김재웅의 시속 141㎞/h 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공략했다. 타구는 잠실구장 왼쪽 관중석 상단까지 뻗었다. 동점 투런 홈런. 승부가 원점이 됐다.
LG는 벼랑 끝에서 벗어났고, 승기까지 잡았다. 9회 초 수비에서 신인 박명근이 재역전 위기에서 이정후를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고, 연장 10회 말 2사 2·3루에서 신민재가 끝내기 안타를 치며 승리했다. '대주자' 요원 신민재의 깜짝 활약이 LG의 승리로 이어졌지만, 박동원의 홈런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사령탑들의 치열한 머리 싸움. 정작 흐름은 홈런이 바꿨다. 물론 박동원을 하위 타순(8번)에 배치한 것도 '염갈량(염경엽 감독)'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