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의 2022~23시즌 ‘트리플 크라운(3관왕)’ 대업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은 반전이었기에 더욱 값졌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KGC의 우승을 예상하는 시선은 거의 없었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우승 후보로 단 한 표도 받지 못했다. 10개 구단 사령탑들의 시선은 수원 KT와 서울 SK에 쏠렸다.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챔프전)에 올랐던 KGC는 자존심에 생채기가 날 만한 일이었다.
김승기 감독과 에이스 전성현의 이탈. 앞서 우승·준우승을 이어오고도 KGC가 주목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프로 무대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없던 김상식(55) 감독의 선임, 전성현이 빠진 자리를 채울 확실한 보강 실패는 KGC를 강팀으로 분류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전이었다. 시즌 내내 정규리그 1위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초대 챔피언, 그리고 챔프전 우승까지. 프로농구 역사를 새로 쓴 KGC의 트리플 크라운은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 최근 프로농구 세 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 그리고 두 차례 우승. KGC 왕조 시대를 연 대업이기도 했다.
김상식 감독은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을 칭찬 리더십과 뚝심으로 지웠다. 국가대표팀을 이끌었지만 프로 지도자 생활에선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김 감독은 3개 대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으로 대신 답했다.
김승기 전임 감독과는 결이 다른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선수들의 자율성을 살리고, 경기 중엔 질책보다는 칭찬으로 선수들의 의지를 북돋는 스타일이었다. 여기에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패스를 앞세운 모션 오펜스를 앞세워 특정 선수 의존도를 줄였다. 챔프전에선 SK의 변칙 라인업에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며 뚝심으로 맞섰고 결국 우승까지 이끌었다.
덕분에 선수들도 고른 활약이 이어졌다. 특히 은퇴를 앞둔 양희종과 오세근은 베테랑으로서 선수들의 중심을 잡았고, 코트 안에서도 나이가 무색한 실력으로 답했다. 오세근은 개인 통산 세 번째 챔프전 최우수선수상(MVP) 영예까지 안았다.
변준형은 이재도·전성현의 연이은 이탈 뒤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고, 오마리 스펠맨과 문성곤도 각각 내·외곽을 넘나드는 존재감과 강력한 수비로 제 역할을 다했다. 챔프전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친 대릴 먼로를 비롯해 렌즈 아반도, 배병준, 정준원 등도 식스맨으로서 팀 우승에 힘을 보탠 조연들이었다.
허철호 구단주가 경기장을 자주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구단 차원에서의 지원도 더해졌다. 선수들도 시즌 내내 홍삼 제품을 제공받았다. 플레이오프 진출 이후에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후문이다.
오세근은 우승 직후 “우리를 우승 후보나 강팀이라고 말한 분은 없었던 게 사실이지만, 선수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했다. 챔프전 7차전까지 치러 우승한 게 매우 값지다”고 말했다.
김상식 감독도 “시즌 전에 중위권으로 분류됐을 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자신에게 감격스럽고, 선수들과 구단 임직원께서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