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홈경기장 잔디가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물론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문제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데도 관리주체인 춘천도시공사는 원인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13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강원과 수원 삼성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13라운드는 경기 전부터 잔디 상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기를 앞둔 해설진들도 “경기장을 관리하는 주체에서 실수가 있다 보니 선수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본다.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아쉬워했다.
훼손된 잔디에 보식 작업을 진행했는데도 그라운드 상태는 엉망이었다. 경기장 일부가 아니라 가로를 크게 질러 크게 훼손된 상태였고, 양 사이드라인과 골 에어리어 부근도 잔디 상태도 심각했다. 프로축구, 그것도 최상위 리그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선수들의 플레이는 고스란히 훼손된 잔디의 영향을 받았다. 공이 덜 튀는 등 불규칙했고, 측면을 돌파하다 잔디 탓에 공을 놓쳐버리거나 잔디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선수들도 속출했다. 팬들을 위해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데 양 팀 모두 분명 한계가 있었다.
경기력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고르지 못한 잔디 상태는 고스란히 선수들의 부상으로 직결될 우려가 컸다. 점프나 착지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여러 선수들이 그랬듯 잔디에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잔디 상태에 대해 여러 우려와 지적이 잇따랐으나,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부터 잔디 문제가 지적됐고, 결국 지난달 구단은 “관리상의 문제로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 관람에 불편을 드리게 돼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유관기관과 협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팬들에게 양해를 구한 바 있다.
문제는 관리 주체인 춘천도시공사가 원인조차 제대로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전문업체나 연구소 등 다양하게 의뢰를 해서 상황 파악을 요청했는데도 정확한 원인은 못 찾았다. 이야기도 다 달라 특정 요소를 잡아내지 못했다. 특정 부위가 계속 그러는데, 지난주에 한 차례 보식을 진행해 큰 사이즈의 훼손 부위는 잡았다. 추후로 또 보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되니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단 소셜미디어(SNS)에는 이미 ‘선수가 미끄러져 시즌 아웃이라도 당해야 정신을 차릴 건가’ ‘프로팀이라고 말하기 너무 창피해진다’ 등 잔디 상태를 비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 강원 원정길에 오르는 구단의 팬도 경기장 변경을 호소할 정도다.
강원 구단은 춘천이 아닌 강릉 등 다른 지역에서 홈경기를 개최할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K리그 구단 관계자는 “팬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볼 수 없고, 선수들은 부상 우려까지 안고 뛰어야 한다. 모든 원정팀에도 폐를 끼치는 셈이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