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7·나폴리)에 이어 새로운 유럽 빅리그 수비수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은 2004년생 센터백 김지수(19·성남FC), 무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다.
성남 구단은 16일 본지와 통화에서 “EPL 브렌트퍼드 구단으로부터 김지수 이적과 관련된 공식 레터를 받았다. 이적료는 김지수 계약에 포함된 바이아웃(이적 허용 금액)을 충족하는 액수”라고 전했다.
구단에 따르면 브렌트퍼드는 바이아웃에 해당하는 70만 달러(약 10억원)에 셀온 조항을 더해 제안했다. 셀온은 김지수가 향후 브렌트퍼드에서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때 발생하는 이적료 일정 비율을 성남 구단과 분배하는 조항이다. 바이아웃 금액을 제안한 만큼 구단 차원에서 브렌트퍼드의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다.
올여름 이변 없이 김지수의 브렌트퍼드 이적이 확정되면 EPL 구단과 계약을 체결한 역대 16번째 한국 선수이자 K리그에서 EPL로 직행한 7번째 사례가 된다. 10대 선수의 EPL 입성은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에 이어 2번째다. 다만 정상빈은 수원 삼성에서 울버햄턴으로 이적한 뒤 곧바로 그라스호퍼(스위스) 임대를 거쳐 미네소타(미국)에 새 둥지를 틀었기 때문에 EPL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다. 만약 김지수가 브렌트퍼드로 이적해 경기까지 출전하면 EPL 무대를 누빈 최초의 10대 한국 선수가 된다.
1m92㎝·73㎏의 체격조건을 갖춘 김지수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긴 했으나 아직 A대표팀 경력은 없다. 프로 2년 차로 K리그 통산 출전 기록도 20경기가 전부다. EPL 9위 팀 브렌트퍼드가 직접 영입 제안에 나선 건 그래서 의미가 더 크다. 그만큼 김지수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지수는 성남 U-18팀 풍생고 시절 구단 첫 준프로계약을 체결한 유망주였다. 지난해엔 만 17세 4개월 20일의 나이에 K리그1 역대 최연소 데뷔 기록까지 세우며 한국 축구를 이끌 차세대 수비수로 주목을 받았다. 제2의 김민재라는 수식어도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이러한 재능에 유럽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브렌트퍼드가 가장 먼저 이적 제안에 나섰다.
또 지난해엔 토트넘과의 친선경기에 팀 K리그 일원으로 출전해 손흥민, 해리 케인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직접 맞서기도 했다. 결정적인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허용하긴 했지만, 손흥민이 그런 김지수를 직접 격려하고 경기 후에도 콕 집어 칭찬해 화제가 됐다.
김지수 영입에 관심을 기울이는 유럽 구단은 브렌트퍼드뿐만 아니다. 그동안 꾸준히 이적설이 돌았던 세계적인 빅클럽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도 계속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브렌트퍼드가 이적 논의를 시작한 김지수는 바이에른 뮌헨과 리스본도 꾸준히 스카우트하는 등 유럽 전역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지수가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출전을 위해 출국한 상황이라 이적 논의는 대회가 끝나고 귀국한 뒤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PL 이적을 위해 필요한 취업 비자(워크퍼밋) 문제는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추천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