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베테랑 포수 이지영(37·키움 히어로즈)이 리그 대표 투수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대기록 달성을 가로막았다.
이지영은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와의 주말 3연전 3차전에 8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타 포함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키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는 KIA 에이스 양현종이 KBO리그 통산 다승 부문 ‘단독 2위’ 등극에 도전해 관심이 모아졌다. 양현종은 전날까지 161승을 기록, 정민철(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라 있었다.
주인공은 이지영이었다. 그는 양현종과의 세 차례 승부에서 모두 안타를 쳤다. 3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선 첫 승부에선 바깥쪽(우타자 기준) 낮은 코스 체인지업을 공략해 중전 안타를 만들었다.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치른 두 번째 승부에서는 바깥쪽 142㎞/h 직구를 밀어쳐 우전 안타를 기록했다.
3회와 5회는 후속타자 나오지 않으며 키움이 득점에 실패했다. 이지영이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0-0 박빙 승부가 이어지고 있던 7회 초, 키움은 선두 타자 박찬혁이 양현종으로부터 볼넷을 얻어냈고, 후속 타자 김태진이 희생 번트 작전을 수행하며 1사 2루를 만들었다. 이어진 상황에선 행운이 따랐다. 임지열의 빗맞은 타구가 왼쪽 선상을 타고 느리게 굴렀고, 양현종이 직접 잡아 송구하려고 했지만, 이미 임지열이 1루를 밟았다.
이지영은 선취점 기회에서 세 번째 타석에 나섰다. 양현종의 집요한 바깥쪽 승부를 계속 커트(의도적으로 파울을 만드는 스윙) 해냈다. 7구째 체인지업은 땅에 거의 붙을 만큼 낮았지만, 이마저도 파울로 만들었다.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이지영은 양현종의 8구째 직구를 공략, 중견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며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키움은 양현종을 상대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김휘집이 삼진, 이정후가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하지만 7회부터 가동된 불펜진(김성진·김재웅·임창민)이 실점 없이 KIA 타선을 막아냈다.
이지영은 전날(20일)까지 출전한 33경기에서 타율 0.230에 그쳤다. 컨디션 난조가 이어지자, 한동안 선발 포수 자리를 ‘신인’ 김동헌에게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20일 KIA 2차전에서 다시 선발로 나섰고, 이날 팀의 3연패를 끊는 대활약을 펼쳤다. 최근 3시즌(2019~2022·양현종이 미국에 진출한 2021시즌 제외) 동안 양현종을 상대로 타율 0.318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던 이지영이 그 데이터를 증명했다. 키움은 시즌 18승(24패) 째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