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리스의 타티스 주니어가 경기 중 당황한듯 동작을 하고 있다. 출처=파드리스 구단 sns
초반에 잘 나갈 때 "팀 분위기가 좋다, 올해는 더 높은 곳으로 간다"며 주목받았습니다. 지역의 맹주가 드디어 바뀔 타이밍이라고 주위에서도 추켜 세웠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종이 호랑이가 됐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야기입니다.
파드리스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디비전 시리즈에서 LA 다저스를 잡으며 올해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저스와의 3연전을 모두 내주는 등 부진에 빠지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4위로 처져 있습니다. 19일 (한국시간) 현재 지구 선두 다저스에 7.5게임 뒤졌습니다. 신흥 강호로 떠오른 파드리스가 갑자기 허물어지자 디 애슬레틱 등 스포츠 미디어에선 "팀에 정체성 (identity)이 없다"며 파드리스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합니다. 예전부터 일부 수퍼 스타의 모래알 같은 팀워크가 골치거리로 지적됐는데 여전한가 봅니다.
파드리스처럼 출발이 좋을 때는 기대 만발한 5월의 봄날 피크닉처럼 조직 분위기가 달콤합니다. 그러나 분위기 좋다는 말에 취해 있다면 달콤함은 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현재 이슈를 직시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닥쳐올 위기에 모래알처럼 부스러질 테니까요. 파드리스 경우에 빗댄다면 ‘돈 쓰려면 제대로 써야지, 한쪽으로만 중복투자해 놓은 줄 여태 몰랐다고?’하면서 문제가 드러나자 벌떼처럼 달려드는 격입니다.
야구팀에 있다보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리도, 상대도 꿈과 비전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낙관주의에 빠질 때가 많았습니다. '지난해 이만큼 했으니 올해는 좀더 올라가겠지'라고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스포츠팀만 그런가요?
긍정적인 접근도 냉정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둬야 합니다. 누군가 앞에서 희망을 품고 달려 나갈 때 이를 응원하면서도 혹시 빠진 것이 없는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조직 간 경쟁력 차이를 가릅니다. 냉정하다는 게 부정적이란 뜻은 아닙니다. '이게 문제야, 이래선 안돼'라고 발목잡는 것이 바로 부정적인 피드백 방식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반발심과 굴욕감까지, 저 역시 기억합니다. 부정적인 방식으로는 진심이 제대로 전해지기 어렵습니다. "문제 대신 개선 방법에 초점을 맞추자, 아이디어를 보태 도와주라, 담당자를 성장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코칭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인사이드 아웃' 등 메가히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픽사 (pixar)도 긍정의 피드백으로 널리 알려진 회의 시스템을 성공비결로 꼽습니다. 이와 관련, 들추고 지적하는 식으로 변질되는 피드백 (feed back)이란 표현 대신 피드포워드 (feed forward), 미래를 위한 조언으로 용어를 바꾸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괜찮지 않나요.
그런데도 부정적인 생각과 반응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난 이래서 안돼, 우린 이것 밖에 안돼'라고 말입니다. 심리학에선 이걸 ANT (automatic negative thought) 라고 부릅니다. 자동반사적으로 튀어 나오는 부정적인 생각이라 하겠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개인의 특성일 순 있어도 조직 내부에 ANT가 만연하면 앞으로 나가기 힘듭니다. 다수가 지칩니다. 그래서 교육, 코칭이 필요합니다. 메이저리그 야구팀에서도 ANT의 폐해를 신인 때부터 가르칩니다. 애리조나 주립대 스포츠팀 내부에 가보면 '징징대지마 (No Whining)'라고 붙여놓고 부정적인 태도를 경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팀 분위기를 건강하게 만들려면 개미(ant)부터 잡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현재 함께 일하는 조직이나 관련된 모임의 분위기 괜찮은가요?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AC)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