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의 새로운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캐스팅 논란을 딛고 대중에 공개될 채비를 마쳤다. 바다 속 환상적인 세상과 명곡들, 그리고 약간의 각색이 더해져 실사 영화만의 매력을 뽐낸다.
디즈니 공주 시리즈 중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는 지난 1989년에 개봉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늘 바다 너머의 세상을 꿈꾸던 모험심 가득한 인어공주 ‘에리얼’이 조난당한 ‘에릭 왕자’를 구해주며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따라 금지된 인간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험을 그린다. ‘인어공주’ 속 노래들은 최고의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꼽히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실사 영화 ‘인어공주’에서도 기존 명곡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러닝타임 135분 내내 귀를 즐겁게 한다.
영화는 애니메이션과 같이 바다 위를 항해하는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 킹)를 비추는 것부터 시작한다. 흥겨운 선원의 노래 ‘팬텀 빌로우’부터 과거 ‘인어공주’의 추억을 강하게 불러온다. 원작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타이틀곡 ‘파트 오브 유어 월드’와 세바스찬(다비드 디그스)의 ‘언더 더 씨’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편곡을 더해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언더 더 씨’는 할리 베일리의 아름다운 추임새를 추가하면서 더 풍부해졌고, 화려한 바다속 세상 CG와 더해져 ‘인어공주’ 속 가장 볼만한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새로운 노래도 추가됐다. 에릭 왕자는 난파선에서 겨우 목숨을 건지고 어렴풋이 에리얼의 목소리를 듣는다. 아련하게 들리는 에리얼의 ‘사이렌의 노래’ 속 에릭 왕자는 신곡 ‘와일드 언차티드 워터스’를 시작한다. 에리얼이 육지를 갈망하는만큼, 바다를 갈망하는 에릭 왕자의 노래에는 거칠고 미개척된 바다를 넘어 왕국을 위한 새로운 ‘물길’을 열겠다는 소망이 가득 담겨 있다.
원작에서 ‘음치’로 나오는 갈매기 스커틀(아콰피나)도 허스키한 목소리의 매력을 살린 랩 ‘스커틀벗’을 열창한다. 아름다운 노래에 적합하지 않은 허스키한 목소리도 랩이라는 장르로 얼마든지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다만 삽입되지 않은 원작 노래도 있다. 왕실 주방장 루이가 물고기를 요리하며 부르는 노래 ‘레 푸아송’은 생략됐다.
아리엘을 둘러싼 조연들도 매력적이다. 특히 빌런 우슐라 역을 맡은 멜리사 맥카시가 호연을 보여준다. 멜리사 맥카시는 깊은 바다 속 문어 마녀인 우슐라를 완벽하게 소화해내 작은 손짓 하나까지 꿈틀거리는 욕망을 보여준다. 바다게 세바스찬과 갈매기 스커틀은 코믹한 장면을 담당하며 웃음을 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귀여운 물고기 플라운더(제이콥 트렘블레이)의 극단적인 다이어트다. 통통하고 뭉툭한 코가 귀여웠던 애니메이션 버전 플라운더와 달리 실사화에서는 그냥 ‘물고기 플라운더’가 되고 말았다.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디즈니의 세심한 각색 포인트도 보인다. ‘인어공주’ 속 육지 세상은 흑인 여왕이 다스리고 있다. 백인 왕자인 에릭 왕자는 입양아라는 설정이다. 우슐라는 바다의 왕 트라이탄에 의해 추방된 에리얼의 고모라는 설정으로, 에리얼이 그와 거래하는 이유에 개연성을 더 부여했다. 또한 트라이튼 왕의 7명 딸들은 세계 7개 바다를 다스리고 있는 것으로 묘사됐다. 결국 바다를 지배하게 된 우슐라를 무찌르는 것도 에릭 왕자가 아닌 에리얼의 활약으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더 많은 각색이 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원작 이야기를 크게 바꾸지 않는 것이 ‘인어공주’의 매력을 더 살릴 수 있었던 선택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