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 프로야구 SSG랜더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4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7회말 1사 만루 김서현이 최지훈을 삼진으로 처리한 후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김서현(19·한화 이글스)의 트레이드마크는 '광속구'다. 평균 153.5㎞/h, 최고 158.4㎞/h(역대 공동 3위·이상 스포츠투아이 기준)의 직구로 1군 타자들을 찍어 누를 줄 안다.
그런데 최근 김서현의 결정구는 직구가 아닌 슬라이더다. 그는 지난 4월 19일 데뷔전(64.7%)부터 이달 11일 삼성 라이온즈전(64.3%)까지는 직구를 가장 많이 구사했다. 그런데 12일 SSG 랜더스전부터 직구 구사율이 40%를 밑돌고 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 구사율은 77.4%에 달한다.
당초 한화는 김서현의 직구 활용도를 높이려 했다.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1군에 콜업하기 전까지 그에게 주어진 과제도 '2스트라이크까지는 직구만 던지기'였다. 그러나 필승조를 맡게 된 후 직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생겼고, 김서현은 슬라이더를 던지며 이를 극복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김서현이 1군 필승조로 뛰기 때문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퓨처스(2군)는 교육하는 곳이고 1군은 실전을 치르는 곳이다. 포수나 투수 코치에게 직구 비중을 더 높이자고 이야기는 하지만, 제구가 너무 안 될 때는 (타자와) 승부를 해야 하니까 변화구를 던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3 KBO 프로야구 SSG랜더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4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7회말 구원 등판한 김서현이 역투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슬라이더 비중을 높이는 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 지난 20일 LG 트윈스전 1사 1·2루 풀카운트에서 김서현은 홈런 1위 박동원(10개)을 상대로 6구 연속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기도 했다. 4구 연속 유인구를 던질 정도로 집요했고, 담대했다.
다음날 만난 김서현은 "안 되는 것보다 잘 되는 것을 먼저 쓰는 게 낫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내가 슬라이더를 너무 많이 던진다고 하는 이야기는 들었다"면서도 "직구를 많이 던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 또한 나다. 1군에서는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좋은 공을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메이저리그(MLB) 트렌드와도 통한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비롯해 MLB 에이스들도 강속구를 셋업 피치로, 변화구를 결정구로 사용한다. 그러면 강속구에 대비하고 있던 타자들의 노림수를 넘어설 수 있어서다. 김서현은 "서울고 시절에도 직구와 슬라이더 비율이 비슷했다. 프로에서도 그 경향이 이어지는 것 같다. 슬라이더가 잘 통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2023 KBO 프로야구 SSG랜더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4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7회말 2사 만루 김서현이 최주환을 삼진으로 처리한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담대한 투구를 펼쳐도 '초보' 필승조답게 겸손하다. 김서현은 "필승조라고 불러주시지만, 더 잘해야 한다. 아직 부족하다"며 "(정)우람 선배님께서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 (박)상원 선배님도 그렇다. 일상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운드에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많이 알려주신다. 나도 옆에서 계속 묻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신인왕 등) 내 개인상은 전혀 관심 없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도 예비 명단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지금 난 한화에 있다. 팀 순위를 더 올리는 게 최우선"이라고 다짐했다.